2000년 영화 ‘눈물’로 데뷔 후 씬스틸러로 활약, 필모그래피를 천천히 쌓아 주연 자리까지 오른 배우 조은지. 그는 2014년 단편영화 ‘이만원의 효과’로 영화감독으로까지 데뷔하며 연일 바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그런 그가 이번에 블랙코미디 장르의 영화로 돌아왔다.
영화 ‘카센타’는 파리 날리는 국도변에서 카센타를 운영하고 있는 ‘재구’(박용우)와 ‘순영’(조은지)이 돈을 벌기 위해 계획적으로 도로에 못을 박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한국형 생계범죄 블랙코미디다.
조은지는 영화 장르가 단순 코미디가 아닌 블랙 코미디를 지향하기 때문에 연기 당시 무거운 자세로 임할 수밖에 없었다고 고백했다.
“저는 시나리오를 미리 보고 연기했기 때문에 마음이 무거울 수밖에 없는 연기를 했다. 코미디적 요소는 짠내나는 이들의 고군분투다. 범죄를 선택해서라도 먹고 살고자 하는 코미디 요소를 보여준다. 그것으로 인해서 작용하는 심리 변화라는 게 이 영화의 메시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관객분들은 당연히 무겁게 보실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순영’은 시골 마을에서 서울 소재의 대학교로 진학한 나름 성공한 캐릭터로 그려진다. 장밋빛 미래가 기대되는 그였지만, 별 볼 일 없는 재구와 결혼해 가족들을 실망시킨다. 형편이 어려워진 부부는 결국 순영이 살던 시골 마을로 내려온다.
이에 대해 조은지는 “가족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결혼을 선택했다. 그 강촌에서 서울로 유학갈 만큼 성공한 캐릭터다. 순영 자체는 실패한 인생이 아니다. 그래서 (상황이 어려워지자) 범죄에 더 가담하게 되고, 적극적으로 행동한 것 같다. 순영은 자신의 선택이 실패한 게 아니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을 것”이라고 자신이 맡은 ‘순영’의 심리를 설명했다.
처음에 남편 재구의 범행에 우려를 나타냈던 순영은 시간이 흐르면서 재구보다 더 적극적으로 범행을 선도한다. 조은지는 “여느 사람도 다 공감할 수 있는 캐릭터를 표현할 수 있어서 좋았다. 시나리오 자체가 그림이 명확했다. 변화하는 모습들이 명확했다. 돈이 생기면 더 윤택해지고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 수 있다는 점이 명확하게 보였다”라고 촬영 당시를 회상했다. 한편, 그는 배우뿐 아니라 감독으로도 활약 중이다. 단편영화 ‘2박3일’을 통해 제16회 미장센 단편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을 받으며 연출력을 인정받은 조은지는 ‘입술은 안돼요’로 장편 감독으로 데뷔할 예정이다.
그는 감독이 되면서 달라진 점에 대해 “작품을 바라보는 관점 등 그림적으로 많이 배우게 된다. 관객에 대한 이해가 좀 더 깊어졌다. 좋아진 부분들이 있다. 많이 배웠다”라고 말하면서 “머릿속에 그림이 명확하게 있었다. 이런 지점은 이렇게 표현하면 좋을 것 같다라는 생각이 있어서 자연스럽게 연출을 하게 됐다”고 연출을 하게 된 계기를 밝혔다.
기회가 되면 상대 배우 박용우를 써보고 싶다는 욕심도 드러냈다. 조은지는 “박용우 선배께서 어저께 슬픈 코미디를 하고 싶다는 말씀을 하시더라. 너무 잘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박용우라는 서사로 슬픈 코미디를 만들어도 너무 재밌겠다 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작품 ‘카센타’를 통해 박용우와 13년 만에 조우했다. 당시에는 말도 못 걸 정도로 대선배였는데, 상대 배우로 만나게 되니 감회가 남다르다고 전했다.
“의지가 많이 됐다. 선배님이 이 작품에 참여를 한다고 했을 때, 감독님께 ‘진짜요?’라고 물었다. 지금 나온 결과물을 보면, 선배님이 아닌 다른 사람이 재구를 연기한다는 게 상상이 안 된다. 많이 배우고 도움을 많이 받아서 너무 고맙다는 생각이 든다.”
한 관객은 시사회에서 영화 ‘카센타’를 보고 “상반기는 기생충, 하반기는 카센타”라는 관람평을 내놓았다. 이에 대해 조은지는 “서사가 비슷한 면이 있다. ‘기생충’만큼 잘됐으면 좋겠다는 욕심도 있지만, 그러지 않더라도 그런 표현을 해준 것에 굉장히 감사함을 느낀다”라고 영화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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