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오기 전까진 축구와 자전거를 탄다. 겨울이 오면 여기에 스키가 추가 된다. 김충식 OK택시 대표(52)는 인생 자체가 스포츠다. 어릴 때부터 이렇게 살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 행복했다.
김 대표는 아버지를 포함해 고모 5명이 다 당뇨병으로 고생했다. 유전적으로 당뇨병에 걸릴 확률 100%. 그래서인지 아버지는 어릴 때부터 ‘운동하라’고 밥 먹듯 강조했다.
당뇨병은 운동이 특효약이다. 우리 몸은 아데노신3인산(ATP)이라는 에너지원을 이용해 움직인다. 자동차가 기름으로 움직이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근육 안의 ‘에너지 공장’에선 포도당과 지방 등을 끊임없이 ATP로 바꾼다. 운동을 하면 포도당을 계속 소비해 혈당을 줄여준다. 당뇨병 환자에게 운동이 필수인 이유다. 근력을 키우고 체지방을 줄이면 합병증 예방 효과도 있다. 당뇨병이 가질 수 있는 사람이 미리 운동을 하면 예방할 수 있다. 과도한 운동은 역효과를 낼 수도 있지만 당뇨병에 운동은 꼭 필요하다.
아버지의 영향이었지만 운동이 좋았다. 한양대 체육과에 진학한 것도 따지고 보면 ‘가족력 당뇨병’ 때문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운동을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체육과를 선택하게 됐다. 김 대표는 “대학은 스포츠 천국이었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다 할 수 있었다. 여름엔 수영, 겨울엔 스키를 탔다”고 했다. 자연스럽게 라이프가드(수영장 안전요원) 자격증에 스키 강사 자격증도 땄다. 김 대표는 대학시절부터 유독 스키에 빠져 지냈다. “하얀 설원을 스피드하게 내려오는 기분이 너무 좋았다”고 했다.
김 대표는 요즘 매주 토요일엔 서울 주말 축구팀인 로얄 FC에 나가서 축구를 하고 일요일엔 사이클을 탄다. 겨울엔 스키를 타는 데 김 대표는 “최근엔 피스랩 스키라고 해서 사계절 스키를 탈 수 있다”고 했다. 평소엔 웨이트트레이닝으로 근육도 키운다.
“고모 한분은 당뇨병으로 돌아가셨다. 80세가 넘은 아버지는 아직도 인슐린을 맞을 정도로 평생 당뇨병으로 고생하고 있다. 난 50세를 넘었지만 아직 당뇨병 증세는 없다. 모두 운동 덕분이다.”
운동은 그에게 큰 힘이 됐다. 대학을 졸업한 뒤 김 대표는 1998년 아버지가 운영하던 양지교통을 물려받아 본격적으로 사업을 할 때 엄청난 스트레스에 시달렸지만 운동으로 버텼다. 회사명을 OK택시로 바꾸고 기존 패러다임에서 혁신을 시도하던 때였다. 기사들에게 유니폼을 입게 하고 인사법을 비롯해 체계적인 교육을 통해 믿고 탈 수 있는 택시, 기분 좋은 택시를 추구했다. 당시 기사들을 설득할 때 힘들었는데 웨이트트레이닝을 하고 스키를 타면서 이겨냈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위장병으로 병원에 실려 갈 정도였지만 어릴 때부터 해온 운동 덕분에 이겨냈다”고 했다. 이제 OK택시는 대통령표창도 받았고 한국관광공사로부터 ‘친절한 택시회사’로 선정되는 등 한국판 ‘MK택시(일본)’로 정평이 나 있다.
10년 전부터 자전거를 타고 있다. 시작은 산악자전거(MTB)였다. 언덕을 넘고 산을 오르는 매력이 그만이었다. 5년 전부터는 도로 사이클로 바꿨다.
“사업하면서 목 디스크가 생겨 고개를 숙이고 타는 사이클은 금기시했었다. 지인이 한번 타보라고 해서 시작했는데 오히려 디스크가 완화됐다. 실질적으로 몸은 숙이지만 고개를 앞을 보기 위해 들고 타기 때문에 목 근육 강화에 큰 도움이 됐던 것 같다. 그래서 주변 정형외과 의사들에게도 알려줬다. ‘목 디스크 환자들에게 사이클 타지 말라고 하지 말라는 뜻’으로. 지금은 정형외과 의사들과도 사이클을 함께 하고 있다. 매주 일요일 100km는 타야 성이 풀린다.”
김 대표는 사이클 예찬론자로 사이클 타기를 널리 알리고 있다. “사이클을 타면 허벅지 근육은 물론 팔, 복근까지 키워준다. 전국적으로 자전거 길도 잘 갖춰서 안전하게 탈 수 있다. 사이클 타기는 가장 좋은 장수 운동이다. 건강도 챙기지만 전국 금수강산을 사이클 타고 감상하는 기분은 안 해본 사람은 모른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2012년부터는 축구도 시작했다. 평소 축구를 좋아했던 그는 지인의 소개로 이회택 김재한 전 대한축구협회 부회장, 김진국 전 축구협회 전무 등 대한민국 축구대표 선수출신들이 주축이 돼 만든 로얄 FC에 가입해 축구를 하고 있다. 그는 “공을 드리블하고 패스하고 골까지 넣는 재미가 쏠쏠했다. 팀워크가 맞지 않으면 이길 수 없다는 점도 나를 끌어 들였다. 축구를 하며 리더십을 다시 배우고 있다. 회원들과 어우러져 축구를 하고 사우나도 함께 가서 이런저런 얘기하는 것도 좋았다”고 했다. 로얄 FC는 선수출신과 비선수출신이 어우러져 공을 찬다. 각 지역대회는 물론 전국 대회에도 출전한다.
겨울이 오면 김 대표는 평일에도 회사 일을 마치고 스키장으로 향하는 일이 많다. 야간 스키를 타고 집으로 간다. 그는 “설원을 맘껏 지치다 집으로 가면 모든 스트레스가 날아간다. 집에 가면 다음날 새벽일 때도 있지만 일할 때 더 즐겁다”고 했다.
50세를 넘긴 김 대표는 청년이라 불러도 될 정도로 탄탄한 몸매를 자랑한다. 김 대표 첫째 아들은 스키광이고 둘째 아들은 고려대 축구선수로 활약하고 있다. 운동을 강조한 아버지의 영향으로 자연스럽게 스포츠를 즐기다보니 아이들도 스포츠에 빠져들게 된 것이다.
“운동을 하면 스트레스도 날리지만 일에 대한 열정도 생긴다. 삶의 활력소라고 할까. 한 주라도 축구나 사이클 타기를 거르면 그 다음주는 몸이 찌뿌드드해서 못 견딘다. 그럼 평일에라도 사이클을 70~80km 타야 몸이 제 컨디션으로 돌아온다. 경기 성남 분당 집에서 서울 금천구 시흥동 사무실까지 사이클로 출퇴근하기도 한다.”
김 대표는 운동으로 받은 혜택을 운동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베풀고 있다. 2016년 10월부터 서울시장애인스키협회 회장을 맡아 장애인들의 복지를 위해 일하고 있다. 각종 대회를 열고 장애인들을 위한 다양한 스키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스키를 배우고 싶은 사람들에겐 언제든 무료 강습도 하고 있다.
OK택시 본거지인 서울 금천구의 체육회 부회장을 맡아 체육발전에 힘쓰고 있다. 매주 둘째 주 토요일 열리는 ‘금천한가족걷기’에서 자원 봉사를 한다. 사회자로 바른 자세로 걷기에 대한 정보를 주면서 대회를 이끌고 있다. 2002년부터 (사)한국워킹협회 이사로 활동했던 경험을 살려 걷기 전도에도 열심이다.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 땐 스키 심판 자원봉사를 했다. (사)한국스키협회 알파인 심판위원으로 평소에도 각종 대회 심판으로 활약했던 그는 “국내에서 열리는 올림픽을 잘 치르기 위해 일조하고 싶었다”고 했다.
“이 모든 일이 운동으로 몸이 건강해지니 가능한 것이다. 이제 시대가 달라졌다. 마냥 오래 사는 게 중요하지 않다. 건강하게 오래 살아야 삶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어떤 생활습관을 갖느냐가 중요하다. 운동의 생활화가 답이다. 사람들에게 건강하게 사는 법을 알려주기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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