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집 ‘夢’ 낸 싱어송라이터 카코포니
외교관 시험 준비하던 경영학도, 어머니 암 투병 계기 음악의 길로
절창의 파격… 해외서 더 큰 반향
“이제 난 뮤지션, 내 음악 믿어요”
그의 노래는 바늘 같다. 아픈 곳을 건드려 시리게 한다. 정경화, 김윤아, 이상은부터 피오나 애플, 비외르크(뷔욕), 퍼퓸 지니어스까지 다양한 음악가가 떠오른다. 뭉클하게 아름다운 멜로디, 기괴한 전자음, 애끊는 절창이 어우러지는 파격을 들으며 제2의 선우정아라고도 생각했다.
김민경 씨(25)의 인생은 어딘지 만화영화 같다. 특히 지난 2년이 그랬다. 고시생이었다. 연세대에서 경영학과 불어불문학을 전공했다. 외교관 후보자 시험(옛 외무고시) 준비를 하던 차에 모친의 암이 재발했다. 간호하러 간 병실에서조차 고시 공부를 놓지 못하던 그는 숨져가는 어머니와 대화하며 비로소 삶을 알게 됐다. 간호사, 사업가, 피부미용사…. 생활을 위해 여러 일을 하셨지만 당신의 꿈은 예술가였다는 것도.
김민경은 김민경을 버리고 카코포니가 되기로 했다. 한국 사회가 원하는 스펙, 바라는 모범생의 모습을 놓고. 이소라와 라디오헤드를 좋아했지만 꿈의 흔적조차 지워버린 그 사람, 자신을 잊고.
“카코포니는 불협화음이란 뜻이에요. 음의 조합이 이상해 이름을 붙일 수 없는 화음이지만 그것을 ‘불협화음’이라 부르는 순간 무엇이 되잖아요. 저도 스스로에게 이름을 붙여주고 싶었어요.”
22일 오후 서울 마포구 ‘제비다방’에서 만난 카코포니는 “작년 3월 고시를 포기한 뒤 무작정 인터넷으로 ‘음악 하는 법’부터 검색했다”고 했다. 모친은 4월 별세하며 남매 앞으로 적은 돈을 남겼다. 카코포니는 그 돈으로 컴퓨터 한 대를 샀다. 악기 하나 제대로 다루는 게 없으니 컴퓨터로 음악을 해야 했다. 모친의 생일(10월 4일)까지 앨범 한 장을 만들어 바치겠다는 결심이 섰기 때문이다. 무모하나 절박했다.
“미친 듯이 작사, 작곡, 편곡을 했어요. 인터넷을 뒤져 유명한 음향 엔지니어를 찾았죠. 제가 만든 시험 녹음을 들고 가 들려 드렸어요. 의외로 좋다고 하시더라고요. 거친 부분은 본인이 다듬어 주시겠다고요.”
자신과 한 약속을 지켰다. 모친의 생일인 지난해 10월 4일, 1집 ‘화(和)’를 냈다. 봉안당에 가 그것을 ‘함께’ 들었다. 초혼 의식처럼 낸 음반의 메아리는 뜻밖에 바다 밖에서 왔다. 구독자 50만 명인 케이팝 비디오 채널 ‘reacttothek’가 2018년 최고의 노래로 카코포니의 ‘숨’을 선정한 것이다. ‘내 안에서 숨을 쉬며 노래하세요/그대가 원했던 그 멜로디로’ 하며 돌아가신 어머니에게 건넨 노랫말이 대양을 건넌 것이다. 그는 “한국 팬보다 미국, 러시아 등 해외의 팬이 더 많다. 그들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메시지를 보내오는데 아직도 어리둥절하다”고 했다.
“2년 전만 해도 저는 완전히 다른 삶을 살고 있었으니까요.”
1집이 모친을 향한 음반이었다면 이달 8일 낸 2집 ‘夢(Dream)’은 사랑에 관한 기승전결의 스토리를 담은 앨범이다.
“헤어진 연인이 ‘평행세계에서는 우리가 여전히 예쁘게 사랑하고 있을 거야’라고 말해준 적이 있어요. 사랑은 실패할 수 없다, 사랑은 다른 시공간에서 영원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고 싶었어요.”
타이틀곡 ‘이 우주는 당신’은 마치 에디트 피아프가 부르는 데이비드 보위 같다. 보위의 ‘Space Oddity’처럼, 곡 중 화자는 완벽한 우주, 즉 당신을 향해 자신의 모든 것을 쏘아 올린다. 아찔한 선율의 곡예로….
“저는 너무 슬프면 절규를 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인 것 같아요. 이제 저의 음악을 믿어요. 저는 음악가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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