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메시지는 줄어든 반면 사적 영역을 다룬 작품이 늘었다. 노인에 대한 서사가 많았고 죽음도 담담하게 다루는 경향이 짙었다.”
서울 종로구 청계천로 동아미디어센터에서 6일 열린 ‘2020 동아일보 신춘문예’ 예심에서 심사위원들은 응모작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올해 신춘문예 응모작은 총 6612편으로 지난해보다 다소 감소했다. 응모자도 2196명으로 소폭 줄었다. 분야별로는 시 4762편, 단편소설 552편, 중편소설 285편이었다. 시조(611편) 동화(234편) 시나리오(74편) 영화평론(40편)은 응모작이 늘었다. 희곡은 39편, 문학평론은 15편이었다. 올해도 미국 캐나다 프랑스 독일 일본 중국 등 해외 곳곳에서 e메일로 응모해 왔다.
김중일 시인은 올해 응모작에 대해 “사회적 의미를 담은 작품은 줄고 개인적인 영역을 다룬 작품이 늘었다. 특히 선언적인 성격이 강했던 페미니즘 이슈는 일상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고 했다. 박준 시인은 “시간 장소 성별이 모호한 시감(詩感)이 도드라졌다. 감수성이 파편화돼 모든 삶의 영역에 스며든 느낌이 강해졌다”고 평했다.
단편소설에서는 노인, 연애를 다룬 작품이 눈에 띄게 늘었다. 정이현 소설가는 “노인에 대한 서사가 많았는데 죽음조차 담담하게 다루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전체적으로 응모자의 연령대가 높아진 느낌이다”고 했다. 편혜영 소설가는 “사회적 소수자와 인권에 대한 관심은 여전히 높았다”고 했다. 백가흠 소설가는 “독백 형식의 작품이 여럿 있었지만 사회적 울림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불안 속에서 흐지부지 만났다 헤어지는 연애 이야기도 상당수였다”고 말했다.
중편소설은 소재와 장르가 다양해졌다. 정여울 문학평론가는 “게임중독 질병 죽음 같은 다채로운 소재가 등장했고 스릴러 로맨스 역사소설 등 장르적 실험도 예년보다 늘었다. 파격적 스토리와 도발적인 사건을 담은 작품은 넘치는 반면 작은 사건이라도 충실하고 개연성 있게 묘사한 작품은 드물었다”고 했다.
조연정 문학평론가는 “누군가의 죽음이나 그로 인한 상처 혹은 생활고로 고통받는 이야기가 많았다. 청년 세대의 빈곤과 취업난을 다룬 이야기는 여전히 주를 이뤘다”고 했다. 김도언 소설가는 “소설에서 극적인 사건도 필요하지만 삶의 미세한 흔들림을 포착한 문장도 중요하다. 그런 문장 없이 이야기만 나열된 소설은 아쉬웠다”고 했다.
시나리오에서는 사회적 책임을 강조한 작품이 적지 않았다. 정윤수 감독은 “공동체가 겪는 상처와 박탈감, 피해의식을 조명한 작품이 많았다. 사회적인 분노가 상당하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조정준 영화사 불 대표는 “지난 10년간 국내 시나리오계를 지배한 사극과 스릴러가 확연히 줄고 장르가 다변화되고 있다”고 짚었다.
이날 예심 결과 시 부문 18편을 비롯해 중편소설 11편, 단편소설 9편, 시나리오 9편이 본심에 올랐다. 시조 희곡 동화 문학평론 영화평론은 예심 없이 본심을 진행한다. 당선자는 이달 말 개별 통보하며 당선작은 내년 동아일보 1월 1일자에 게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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