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단 50주년을 앞둔 노시인은 시의 의미를 이렇게 정의했다.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 빌딩에 걸렸던 ‘들꽃’으로 이름을 알린 나태주 시인(74)이다. 그는 12일 서울 종로구에서 신작 시집 출간 기자간담회를 열고 시와 함께한 반세기 여정을 회고했다.
197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문단에 나온 그의 시는 입에 착착 감기고 이해하기 쉽다. 신작 시집 ‘너와 함께라면 인생도 여행이다’에도 그런 시들이 실렸다. 신작시 100편, 대표 시 29편, 시인이 사랑하는 시 65편이다. 누군가를 생각하면서 써 내려간 ‘사람을 향한’ 시편들이다.
“옛 제자, 출판사 편집장 등을 생각하면서 휴대전화에 시를 끼적입니다. 바로 상대에게 시를 보내기도 하지요. ‘묘비명’은 아들딸을 생각하면서 썼어요. 묘비에 적힌 ‘많이 보고 싶겠지만/조금만 참자’는 구절을 보면, 아버지 보러 온 아이들이 그리움을 걷고 열심히 살지 않겠습니까?”
‘자세히 보아야/예쁘다.//오래 보아야/사랑스럽다.//너도 그렇다.’(풀꽃1)
나 시인은 이 시로 국민시인이 됐다. 자연히 다른 시들은 상대적으로 빛을 보지 못했다. 그는 “풀꽃은 독자가 선택한 시다. 김소월 ‘진달래’, 이육사 ‘청포도’처럼 시인은 한두 마디의 시를 모국어에 바치는 사람인데, 작게나마 ‘풀꽃’을 바치게 돼 감사한 마음”이라고 했다.
“허술한 제 시를 독자들, 특히 중학생들이 좋아합니다. 처음에는 소위 시다운 시를 썼지만 나이가 들면서 나다운 시를 쓰고 싶어졌어요. 나태주의 아우라가 있는 시, 세상에 없는 시가 좋은 시라고 생각합니다. ‘너무 쉽게 버려서 미안하다’(종이컵)처럼 시는 널려 있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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