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라 스미스는 지난해부터 화이트채플갤러리 큐레이터로 일했다. 막스마라 예술상 수상자인 헬렌 캐먹과 예술가 듀오 엘름그린&드라그셋의 전시 등을 맡았다. ⓒ화이트채플갤러리(Christa Holka)
“미술엔 다양한 역사가 있어요. 그러나 주류 미술사는 여전히 남성 중심이죠. 제가 일한 영국 테이트 세인트아이브스도 설립 이래 20년간 개인전이 23번 열렸는데, 여성 작가는 단 한 번뿐이었어요.”
10일(현지 시간) 영국 런던 화이트채플갤러리에서 만난 큐레이터 로라 스미스는 지난해 2월 테이트 세인트아이브스에서 열린 ‘버지니아 울프’전을 담당했다. 당시 테이트에서 근무한 그는 문학가인 울프의 글을 렌즈 삼아 여성 작가를 조망했다. 82명 작가의 작품 200여 점을 선보인 대규모 전시로, 여성 미술가들의 다양성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테이트 세인트아이브스 사상 관객 만족도가 가장 높았던 전시로 기록됐다.
“큰 미술관에서 여성 작가를 조명한 역사가 짧아요. 또 여성성을 하나의 덩어리로 생각하니 다양성을 보여줄 기회도 적었죠.”
5년간 준비한 전시가 개막한 직후 스미스는 화이트채플갤러리로 이직했다. 화이트채플은 100년의 역사를 가진 공공 갤러리로 현대미술의 중심지 가운데 하나다. 피카소의 ‘게르니카’와 잭슨 폴록, 프리다 칼로의 첫 개인전을 선보인 것도 이곳. 스미스는 큐레이터의 역할을 이렇게 설명했다.
“큐레이터가 권위를 갖는다고 보는 시선을 불편하게 생각해요. 전시 관객층은 정말 다양하고 느끼는 바도 각각 달라요. 다만 하고 싶은 건, 무수히 다양한 목소리와 역사를 보여주는 겁니다. ‘이건 몰랐죠? 이런 것도 있어요!’ 하며 제안하는 거죠.”
전시 준비 기간이 5년인 테이트와 달리 1∼3년인 화이트채플은 동시대 미술에 좀 더 빠르게 반응한다. 내년 2월에는 구상 회화 그룹전이 준비돼 있다.
“2000년대 이후 트렌드인 구상 작품을 돌아보는 ‘Radical Figures’라는 전시예요. 그 후에는 100% 재활용 가능한 작품도 공개할 거예요. 가을에 열릴 전시는 제가 담당하는데, 기후변화와 환경을 다룹니다. 기대하셔도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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