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 9단이 바둑 인공지능(AI) ‘한돌’에게 아쉽게 패배했다. 한돌의 두터운 반면 운영으로 불리한 형세가 이어지자 돌을 던졌다.
NHN이 개발한 국내 바둑 인공지능(AI) ‘한돌’은 19일 서울 도곡동 바디프랜드 본사에서 ‘바디프랜드 브레인마사지배 이세돌vs한돌’ 치수고치기 3번기의 제2국에서 이세돌 9단을 상대로 122수 만에 백 불계승을 거뒀다.
전날 열렸던 1국에서 허무한 실수로 패했던 한돌은 초반 우세를 잡은 이후 시종일관 유리한 형세를 유지하며 압도적인 반면 운영을 보여줬다.
돌 가리기를 통해 흑을 잡은 이 9단은 양 소목 포석을 펼치며 실리작전을 구사했다. 좌상귀를 가일수 하지 않고 하변(흑33)으로 손을 돌린게 패착이었다. 이 9단이 좌상귀에 가일수를 하지 않자 한돌은 백34, 백36, 백38로 아무런 뒷맛없이 깔끔하게 좌상귀 흑 넉점을 잡아버렸다. 이 9단의 좌상귀 실수로 초반 40여 수만에 승률 그래프가 10%대로 뚝 떨어졌다.
이후 우상귀 흑 두점(흑1, 흑69)과 백 두점(백54, 백70) 집으로 손해인 바꿔치기를 하며 변화를 구해갔지만 한돌은 두텁게 처리하며 안전하게 두었다. 이 9단은 특유의 흔들기로 난전을 꾀하면서 좌하귀, 우하귀, 우변 미생인 백 대마를 노려봤지만 세 곳 모두 백이 깔끔하게 살아서는 더이상 해볼 곳이 없는 국면이 되었다. ‘때이른 실착이 나왔다’는 사회자의 질문에 이 9단은 “순간적으로 착각했다. 너무 눈에 보이는 실수였다. 한 집에서 두 집 정도의 실수”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떨리는 목소리로 힘겹게 말을 이어갔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당연히 세 판을 두는 것이지만, 1국과 2국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3국이 진짜 마지막이다. 1국은 초반에 많이 준비했는데, 사실 내 스타일은 아니었다. 이기는 데 집중했다. 승패에 연연하지 않고 제 바둑을 두겠다.”
2국 호선 맞바둑에서 이 9단이 패하면서 마지막 3국(21일)은 1국과 동일한 조건으로 이 9단이 한돌에게 두점을 깔고 두는 접바둑 대결로 결정되었다. 세 판 모두 제한시간은 2시간, 1분 3회 초읽기로 진행되며 한돌에게 덤 7집 반을 준다. 보통 접바둑은 덤이 없다. 덤을 주는 이유는 인공지능이 흑을 잡으면 무조건 중국룰에 따라 덤 7집 반을 주게 돼있다.
이 9단은 “한돌이 아직 접바둑에서는 완성이 덜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기는 바둑보다는 마지막인 만큼 이세돌다운 바둑을 두겠다. 1국을 이기고 2국을 지더라도 이세돌다운 바둑을 두고 싶었는데, 초반에 너무 쉬운 곳에서 어이없는 실수가 나왔다. 많은 사람들에게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드려서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창율 NHN 게임AI팀장은 “이세돌 9단이 은퇴하는 자리에 함께 하게 되어서 영광이다. 좋은 승부가 펼쳐지면 좋겠다”고 했다.
한돌은 NHN이 2017년 12월 선보인 바둑 AI다. 올해 1월 신민준·이동훈·김지석·박정환·신진서 9단과의 릴레이 대국인 ‘프로기사 TOP5 vs 한돌 빅매치’를 펼쳐 5전 전승을 기록했다. 8월에는 세계 AI 바둑대회인 ‘2019 중신증권배 세계 인공지능(AI) 바둑대회’에 첫 출전, 3위 수상의 쾌거를 이룬 바 있다.
NHN과 K바둑, SBS가 주최·주관하는 ‘바디프랜드 브레인마사지배 이세돌 VS 한돌’은 총 3국에 걸쳐 진행된다. 3국은 21일 정오부터 이세돌의 고향인 전남 신안군의 엘도라도리조트에서 속행된다. 이 9단은 이번 대결에서 기본 대국료로 1억5000만원을 받고 매판 승리 수당으로 5000만원을 추가로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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