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틀러의 음식을 먹는 여자들/로셀라 포스토리노 지음·김지우 옮김/424쪽·1만4800원·문예출판사
스물여섯 살 로자가 끌려간 것은 운 나쁘게도 단지 그 도시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영국이 자신을 독살할 것을 두려워한 히틀러는 근처의 여성들을 모아 자신의 음식을 먼저 먹어보게 했다. 로자와 같은 이유로 모인 여성 열 명은 매일 히틀러가 먹게 될 음식을 앞서 먹으며 죽음의 공포와 진수성찬의 희열을 함께 느낀다.
실제 히틀러의 검식관으로 강제 동원됐던 독일 여성 마르고트 뵐크의 인터뷰에서 영감을 얻어 이탈리아 저자가 쓴 소설이다. 히틀러가 시킨 일을 하면 음식을 먹다 독살당하고, 거부해도 죽는다. 운 좋게 살아남는다 해도 전쟁이 끝나면 나치 추종자로 숨어 지내야 한다. 로자가 머문 병영은 거대한 모순덩어리다. 수많은 살육을 저지른 히틀러가 채식주의자였다는 사실만큼이나 이율배반적인, 따뜻한 마음을 가진 나치 추종자들과 이들을 옭아맨 전쟁의 이면을 마주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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