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 주연 하정우 “이병헌, 뭐 하나 허투루 지나가는 법이 없는 사람”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2월 22일 12시 19분


19일 개봉한 영화 ‘백두산’은 재난영화보다는 한 편의 버디무비에 가깝다. 백두산 화산 폭발을 막기 위해 의기투합하는 남한군 대위 ‘인창’역의 하정우와 북한 스파이 ‘준평’을 연기한 이병헌의 연기합이 함께 찍은 첫 영화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절묘하다. ‘한반도의 운명을 떠안은 남자’라고 하면 완벽한 히어로를 연상케 하지만 하정우가 연기한 ‘인창’은 여기에 어딘가 허둥대고 긴장하는 인간미를 한 스푼 얹었다.

서울 종로구에서 20일 만난 하정우는 “시나리오에 확장 가능성이 있는 면이 매력적이었다”고 말했다.

“관객들은 여러 편의 재난영화를 보셨을 텐데 스토리 안에서 캐릭터를 새롭게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잠재력을 느꼈죠. 그래서 코믹 요소를 많이 살렸어요.”

시나리오에서 단선적이고 진지한했던 두 캐릭터가 이들을 만나 천연덕스러운 유머로 다시 태어났다. 덕분에 관객들은 강남역이 무너지고 화산재가 날리는 재난상황에서도 숨을 돌리며 극 중 인물에 더 인간적으로 몰입할 수 있게 됐다. 장갑차 안에서 수갑을 찬 ‘인창’이 ‘준평’과 티격태격 하는 장면은 두 사람이 만들어낸 애드리브가 가장 잘 살아있는 장면.

“병헌이 형이 시나리오와 다르게 수정을 많이 해서 애드리브를 했어요. 저도 그래서 덩달이 리액션을 했죠. 그 장면은 촬영하면서 저희 뿐 아니라 감독님들도, 그리고 보시는 분들도 재미있어 하셨어요.”

그는 상대역 이병헌을 가리켜 ‘뭐 하나 허투루 지나가는 법이 없는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병헌이 형은 매 테이크 마다 같은 에너지를 쏟아요. 액션 장면을 촬영할 때 힘도 세서 ‘형 20대 같아요’라고 할 정도였어요. 왜 1등으로 살아남는 배우인지 몸소 체험했어요. 그래서 저도 ‘정신 똑바로 차려야 겠다’고 생각했지요. 병헌이 형 별명이요? ‘연기 기계’? ‘연기 알파고’라고 할까요?”

그가 주연을 맡은 ‘신과 함께 1,2’와 마찬가지로 이번 작품도 컴퓨터그래픽(CG)이 또 다른 주연이다. 아무것도 없는 블루 스크린 앞에서 감정을 잡는 것이 어색할 법 한데도 그는 “어느 촬영장이든 블루 스크린이 있을 정도로 제작 환경이 변해서 이제는 익숙하다”고 말했다. 오히려 그가 촬영 때 가장 불편했다고 토로한 것은 군복과 헬멧, 총으로 무장한 의상.

“헬멧에 총까지 들면 움직이는 데에 한계가 있거든요. 현장에서 같은 장면이라도 장갑을 끼어야 하나 헬멧을 벗어야하나 이런 이야기를 많이 나눌 정도였어요.”

내년은 강제규 감독의 작품 ‘보스턴 1947’ 촬영을 위해 호주를 시작으로 모로코와 도미니카공화국 등 해외 촬영 일정이 빠듯하다. ‘걷는 사람, 하정우’라는 책으로도 잘 알려진 대로 여전히 걷는 중이다. 제작과 감독에 대한 관심 역시 놓지 않고 있다. 잘 되는 일, 기대만큼 되지 않는 일도 있지만 그는 결과에 개의치 않고 늘 그답게 유쾌하게 지내려 애쓴다.

“힘든 시간도 나중에 지나고 보면 거기에 엄청난 보물이 숨겨져 있는 것 같아요. 지난해 ‘PMC: 더 벙커’ 같은 경우 아쉽지만 속상해도 또 하나의 작품으로 남기 마련이잖아요. 좋은 날이 있으면 슬픈 날, 컨디션 안 좋은 날이 있는 것처럼요.”

이서현기자 baltika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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