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방진 전 여자친구에 염산테러”…어린이 대상 만화책 논란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2월 23일 20시 23분


초등학생 이하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만화책이 헤어진 여자친구에게 염산 테러를 가하는 끔찍한 장면을 버젓이 묘사해 충격을 주고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서 논란이 거세지자 출판사는 공식 사과하며 해당 책을 전량 폐기하기로 했다.

문제가 된 책은 5일 대원키즈에서 출간한 ‘태경TV 학교탈출’이다. 7세 이용가 만화책으로, 인기 유튜브 채널 ‘태경TV’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스토리를 재가공한 내용이다. 그런데 책에서 “무척 도도하고 건방진” 여성이 남성에게 이별을 통보하자, “복수심에 불탄” 남성이 며칠동안 주변을 맴돌다 얼굴에 염산을 뿌린다. “여자는 겨우 목숨은 건졌지만 얼굴이 돌이킬 수 없을 만큼 흉측하게 변해버렸다”는 대사와 함께 얼굴이 녹아내리는 그림까지 실었다.

해당 장면은 한 누리꾼이 SNS로 문제를 제기하면서 알려졌다. 그는 “성 평등 의식이 없는 저자는 물론이고, (문제가 된 책을) 잘 나간다며 찍어대는 출판사에도 화가 난다”고 적었다. 이후로 간행물윤리위원회 홈페이지의 유해간행물 신고 게시판에도 50여 건 넘는 신고가 접수됐다.

대원키즈는 이에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게재하고 “사전에 잘못된 점을 인지하고 내용 및 표현을 수정하지 못한 점 사과드린다”며 “향후 책에 대한 보다 철저한 검증, 확인뿐 아니라 재발 방지에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또 출간한 도서는 전량 회수·폐기하며 온·오프라인 도서 판매를 중단하겠다고 전했다. 이미 구매한 이들도 구입처에서 즉시 환불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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