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장-교수 첫 내한 오디션… 선발되면 3월 英서 최종 심사
“한국 무용수 실력 매년 발전”
“한국 무용수들은 잘 훈련돼 있고, 눈빛에서 강한 열정을 느낄 수 있어요. 지금 잘하고 못하고는 중요치 않습니다. 갖고 있는 재능과 가능성을 보러 왔어요.”(크리스토퍼 파우니 영국 로열발레학교 교장)
18일 오후 서울 중구 예원학교에서 열린 발레 오디션 현장. 90명의 어린 무용수들(만 11∼17세)이 연령별로 조를 나눠 입장했다. 이들 앞에 앉은 심사위원들은 파우니 교장과 사미라 사이디 교수(로열발레학교 인텐시브 프로그램 대표)였다. 파우니 교장은 “누군가를 관찰할 때 얼굴 표정이 원래 굳는 편이다. 학생들은 절대 겁먹지 말고 자연스럽게 춤을 춰 달라”고 주문했다.
하지만 그의 당부에도 불구하고 떨지 않을 무용수가 과연 얼마나 될까. “심장이 너무 떨린다” “아, 어떡해…”라며 긴장감을 숨기지 못하던 무용수들은 발레 클래스 형태의 오디션에서 시범안무가의 동작을 따라 하기 시작했다. 작은 실수들이 이어졌고 일부는 자책하듯 바닥을 내려다보기도 했다.
하지만 긴장도 잠시. 피아노 반주가 시작되자 이들의 눈빛과 동작은 차츰 안정을 되찾았다. “실수해도 괜찮으니 동작을 이어가라. 모두 잘하고 있다”는 응원에 힘입어 어린 무용수들은 ‘하나라도 더 보여 주겠다’는 열정으로 제 실력을 찾아갔다. 심사위원들의 표정도 밝아졌다.
로열발레학교가 오디션을 하기 위해 한국을 찾은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로열발레학교는 영화 ‘빌리 엘리어트’의 주인공 ‘빌리’가 그토록 염원하다가 백조가 돼 날갯짓한 곳. 최근 한국 무용수들이 세계 곳곳에서 두각을 나타내자 그간 홍콩 싱가포르 일본에서만 진행하던 오디션을 한국에서도 하게 됐다.
파우니 교장은 “한국 출신 김기민, 박세은, 강효정, 최영규 등 현역 무용수들과 현재 본교 재학 중인 박하나, 졸업 후 로열발레단에 입단한 전준혁 등 재능이 출중한 무용수들이 적지 않다”며 “오디션을 위해 직접 영국으로 와야 했던 학생들의 수고를 덜고, 유망주를 직접 보고 판단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번 오디션은 사전에 정해진 선발 인원이 없다. 사이디 교수는 “발레는 고통스러운 스포츠이다. 고된 훈련을 버틸 정신적 자세가 돼 있고, 신체적 가능성, 잠재력만 있다면 몇 명이든 기회를 줄 것”이라고 했다.
내년 1월 중순 합격한 학생이 발표된다. 이들은 3월 런던에서 23개국 학생들과 겨루는 최종 오디션에 참가한다. 여기서 최종 선발되면 로열발레학교의 일원이 된다. 사이디 교수는 “입학한 뒤에도 부상을 당해 발레를 그만두거나 발레가 싫어져 학업을 택하는 학생도 많다”며 “춤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보다 교육기관으로서 의무를 다하고 학생들의 다양한 미래를 위해 지원한다”고 했다.
16∼18일 치러진 3일간의 발레 강습과 오디션을 마친 파우니 교장과 사이디 교수는 “실력이 뛰어난 한국 무용수들을 보기 위해서 매년 서울에 오고 싶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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