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보면 ‘귀를 닫고 싶은’ 순간들이 많다. 미세먼지를 파고드는 자동차의 경적소리와 잠을 이루지 못하게 하는 ‘층견소음’(반려견 소음)은 이어폰을 귀에 꽂고도 인상을 찌뿌리게 한다.
이같은 현대인의 고민을 덜어주기 위해 애플이 개발한 ‘에어팟 프로’를 직접 귀에 꽂아보니 일순간 세상이 조용해졌다. ‘막귀’인 탓에 경쟁사 제품 대비 음질의 차이는 느낄 수 없었지만 말로만 듣던 노이즈캔슬링 기술은 놀라웠다. 다만 비슷한 스펙의 갤럭시 버즈 대비 2배 비싼 33만원이라는 가격은 적잖은 부담으로 다가왔다.
실제 에어팟 프로를 착용한 후, 서울에서도 가장 시끄러운 지역 중 한 곳인 강남역 일대를 걸어봤다. 긴줄을 기다려 버스 교통카드를 찍는 순간 ‘삑’ 소리가 들리지 않아 기분이 묘했다. 주변 사람들의 말소리나 버스 안내 멘트는 저 멀리 있는 것처럼 들리고 음악만이 가깝게 귀에 꽂혔다.
카페에 앉아도 시끄러운 캐롤 음악은 들리지 않고 오로지 에어팟을 통한 음악이 들렸다. 눈을 감으니 홀로 콘서트장에 있는 기분이다. 에어팟을 빼자 ‘이렇게 세상이 시끄러웠나’ 싶을 정도로 주변 상황이 부산스럽게 느껴졌다. 특히 1시간 동안 장기간 사용했음에도 귀가 아프거나, 비행기가 이륙할 때처럼 귀가 먹먹해지는 현상이 없었다. ‘이어폰 따위가’라는 혼잣말은 이내 멈추고 33만원의 가치가 비로소 느껴졌다.
애플 제품에 익숙한 사용자라면 튜토리얼 메시지를 한번 읽는 것만으로 사용법을 익힐 수 있다. 인공지능(AI) 비서 ‘시리’를 이용한 ‘메시지 읽어주기’ 기능을 통해 문자메시지를 확인할 수 있고 에어팟을 통해 말로 답장도 할 수 있다. 특히 애플은 땀과 습기를 견디는 생활 방수(IPX4 등급) 기능도 추가했다. 뛰거나 머리를 흔드는 격한 운동을 해도 에어팟 프로가 귀에서 빠져나오지 않았다.
강남 프리스비 매장에서 기자와 함께 1시간을 줄을 서 구매한 30대 직장인 A씨는 “에어팟2세대를 쓰고 있지만 에어팟 프로가 노이즈캔슬링 기능이 강화됐다고 해서 구매하게 됐다”며 “가격은 비싸지만 갤럭시 버즈와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디자인과 감성 부분에서 월등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동일한 수준의 노이즈캔슬링 기술이 적용된 소니 ‘WF-1000XM3’ 보다 약 10만원 더 비싸고 노이즈캔슬링 기술은 없지만 비슷한 무게와 음질을 지닌 갤럭시버즈 보다는 무려 2배 더 비싸다.
그러나 당장 구매하고 싶어도, 공급량 부족으로 돈이 있어도 사지 못하는 진풍경이 펼쳐지고 있다. 오프라인 매장에선 오전에 줄을 서도 사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고, 온라인 마켓에선 ‘웃돈’ 또는 해외통관비까지 물어야 살 수 있다.
이렇게 힘들게 구매해도 완충 후 사용시간은 갤럭시버즈 대비 약 1시간 가량 부족한 4~5시간(음악청취 기준) 정도에 불과하다. 조용한 발라드 음악을 즐기는 사람이 아니라면 사실 노이즈캔슬링 기능이 없는 10만원 미만의 중국산 무선이어폰을 사용해도 무방하다는 생각도 스쳤다.
그럼에도 늘 그렇듯 애플 제품을 사랑하는 ‘앱등이’라면 에어팟 프로를 사용해야 할 이유는 차고 넘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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