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유명 6성급 호텔 출신 바텐더 초빙’ 홍보 문구를 내건 바의 칵테일 가격은 대개 2만∼3만 원대다. 하지만 이런 번드르르한 칵테일 잔에서 물비린내가 나는 경우, 생각보다 흔하다.
서울 마포구 상수동 골목에 2년 전 문을 연 바 ‘페더’의 서만성 대표(29)는 “설거지와 청소가 바 서비스의 시작과 끝”이라고 믿는다. 페더의 화장실에는 락스와 방향제가 없다. 부실한 공간 관리의 흔적을 얼버무려 감추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열일곱 살 때부터 요리를 배우며 식당 일을 했다. ‘독립적으로 오래 할 수 있는 일’을 고민하다가 바를 열었다. 공간과 식기의 청결이 서비스의 토대인 건 요리와 매한가지다.”
페더는 적지 않은 비터(향초 첨가 증류주)를 기성품을 쓰지 않고 직접 만든다. 기본 안주로 내놓는 치즈는 마늘 조각, 우유, 파슬리를 넣고 5분쯤 끓인 뒤 크림치즈와 섞어 하루 냉장 숙성시킨 것이다. 구석에서 묵묵히 치즈 통을 젓는 최우석 바텐더(29)가 이따금 보인다.
지난해 고안한 시그니처 칵테일 ‘부토니에르’(양복 단추 장식)는 불라 칼바도스(사과 브랜디), 카르파노 안티카포뮬라 베르무트(향초 첨가 와인), 캄파리(쌉쌀한 증류주), 드카이퍼 애프리콧(살구 브랜디)에 비터를 섞은 잔이다. “묵직한 화사함을 표현하고 싶었다”는 의도가 차분히 전해진다.
6월부터는 메뉴 전체를 시그니처 칵테일로 바꾼다. 직접 담근 청양고추 럼, 얼그레이 위스키, 대추 브랜디 등을 베이스로 역시 직접 만든 생강 시럽, 라임청, 석류청을 쓴다. 서 대표는 “고전적인 칵테일 제조법을 살짝 변화시켜 ‘시그니처’라고 내세우는 건 손님을 속이는 행위”라고 말했다.
페더 추천 초간단 홈칵테일 : 재료는 얼음, 오렌지, 친차노 베르무트. 차가운 잔에 얼음, 베르무트를 넣고 오렌지 껍질을 새끼손가락만큼 썰어 넣으면 끝.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식전 칵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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