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입부는 1980년대 국내에서 방영한 미국 드라마 ‘초원의 집’을 연상시킨다. “복숭아 병조림을 만들며 여름을 나고, 썩지 않게 손질하며 겨울을 나는, 산과 협곡의 리듬 속에서 교육받는 일상.” 1870년대 배경의 드라마에서는 자연스러운 삶이다. 하지만 저자가 자연 속에서 성장한 시기는 1990년대다.
저자의 부친은 “공교육은 아이들을 신에게서 멀어지게 하는 정부의 음모”라며 가족들의 삶을 사회와 단절시켰다. 가정 분만으로 태어나 출생증명서가 없었던 저자는 아플 때도 병원을 찾지 못했다. 가장의 그릇된 신념으로 사회로부터 격리된 가족들이 얼마나 모순적이고 폭력적인 상황을 겪게 되는지 보여준다.
‘계시를 받았다’며 시리얼에 우유를 붓지 못하게 하던 부친은 온갖 고난을 이겨내 하버드대 연구원이 된 딸을 찾아와 “네게 곧 재앙이 닥칠 거라 간증하라는 주님의 계시를 받았다”고 말한다. 지은이의 성공 수기가 아니라, 자신의 기억을 극복하기 위해 쓴 고백서로 읽힌다. 책머리에 존 듀이의 말을 인용했다. “교육은 경험을 끊임없이 재구성하는 작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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