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을 보유한 한진그룹 경영권을 둘러싼 갈등이 오는 3월 주주총회를 앞두고 ‘진흙탕 싸움’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한동안 잠잠했던 갈등의 불씨를 ‘땅콩회항’ 사태로 경영에서 손을 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다시 지폈다는 분석이다.
조 전 부사장은 작년 연말 법무법인을 통해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체제에 반발하더니 급기야 한진그룹 숙적으로 부상한 국내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와 만났다. 주총을 앞두고 한진그룹 경영권 향방이 새로운 국면으로 치닫는 형국이다. 특히 이번 주총에서는 조 회장 연임안이 주요 안건으로 상정될 예정으로 물밑 의결권 확보전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지금까지 조 전 부사장과 KCGI의 경영참여 시도를 강하게 비판해 온 대한항공 노동조합의 반발도 예상된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조 전 부사장과 KCGI가 서울 모처에서 만남을 가졌다. 두 차례에 걸친 회동에는 한진칼 주요 주주로 떠오른 반도건설 관계자까지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3자 연대 가능성을 예상할 수 있는 행보로 한진그룹 측도 크게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그동안 한진그룹 우호지분으로 여겨지던 조 전 부사장(6.47%)과 반도건설(8.28%) 지분이 새로운 평가를 받게 된 것이다. 조 전 부사장의 이번 행보로 자연스럽게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의 지분(5.31%) 향방 역시 가늠하기 어려워졌다. 3자 회동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전해지지 않았다. 다만 이번 행보로 조 전 부사장을 비롯해 꾸준히 지분 확보를 추진해 온 KCGI와 반도건설의 ‘야욕’이 수면 위로 일정부분 드러났다는 분석이 나온다.
KCGI는 그동안 땅콩회항 사태 등을 강도 높게 비판하면서 한진가 오너 일가 ‘갑질’ 경영 해소와 지배구조 개선에 따른 주주권익 증진 등을 명분으로 내세워 한진그룹 경영 참여를 시도해왔다. 이를 통해 구조조정 등으로 잇속만 채우는 ‘사모펀드’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전환까지 꾀했다. 하지만 이번에 땅콩회항 주인공인 조 전 부사장과 회동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줄곧 주장해 온 갑질 해소에 대한 명분에 물음표가 찍혔다. 수익률 극대화를 위해서는 적과의 동침도 불사하는 사모펀드 특유의 민낯이 드러났다는 평가다. 반도건설의 경우 ‘힘의 논리’에 따라 일감 등 사업상 이득을 취하기 위해 이번 회동에 참여했다는 분석이다.
조 전 부사장은 3자 연대가 성사된다면 조 회장을 위협할 수 있는 지분을 확보하게 된다. 전략적으로 나쁘지 않은 선택이지만 실제로 경영권을 갖기 위해서는 KCGI와의 의견조율, 한진칼 이사회, 대한항공 노조, 국토교통부 방침 등 험난한 난관을 극복해야 한다는 평가다. 여기에 땅콩회항 사태로 대한항공 브랜드 이미지를 실추시킨 데 이어 개인 야망을 위해서는 가족 간 분쟁도 불사한다는 비판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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