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작은 것들을 위한 시' 피처링+뮤비 참여
자신의 최신 앨범에 슈가 협업곡 포함
가난·혼혈, 양성애·양극성 장애 딛고 선 팝스타
5월9일 올림픽홀서 2번째 내한 공연
“방탄소년단과 작업은 인생 최고의 경험 중 하나였어요. 그들은 너무나 상냥하고 똑똑하고 재능이 있죠. 이 작업을 통해 새로운 친구들을 사귈 수 있었습니다.”
지난해 말 미국레코드예술과학아카데미(NARAS)가 발표한 ‘제62회 그래미 어워즈’ 후보에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들지 못하자 팬덤 ‘아미’와 함께 아쉬움의 목소리를 크게 낸 인물이 있었다.
미국 팝스타 할시(26·Halsey). 그녀는 당시 소셜 미디어에 “방탄소년단은 (그래미 어줘즈의) 많은 부분에서 충분히 노미네이트 될 만했다. 그렇지만 방탄소년단이 인정받지 못했다는 것이 놀랍지 않다. 미국은 전체 움직임에 멀찌감치 뒤쳐져 있다. 때는 온다”고 썼다.
할시는 방탄소년단 멤버들과 음악으로 우정을 쌓아가며 함께 성장하고 있는 뮤지션이다. 방탄소년단이 작년 4월 발매한 ‘맵 오브 더 솔 : 페르소나’의 타이틀곡 ‘작은 것들을 위한 시’ 피처링 보컬로 참여하고 뮤직비디오에도 출연했다. 또 ‘2019 빌보드 뮤직 어워즈’에서 합동 무대를 선보이고 지난해 5월 방탄소년단의 파리 콘서트 무대에 깜짝 등장하기도 했다.
할시는 작년에 ‘작은 것들을 위한 시’ 뮤직비디오 촬영차 한국에 오기도 했었다. 당시 방탄소년단이 어떻게 음악을 만들고 뮤직비디오를 찍는지를 볼 수 있었다고 했다.
21일 공연기획사 라이브 네이션 코리아를 통한 인터뷰에서 할시는 “방탄소년단 멤버들이 댄스를 비롯해 모든 것에 완벽을 기하는 자세는 제가 만드는 예술에도 그런 완벽성을 기해야겠다는 의지를 다지게 해줬다”고 돌아봤다. “물론 각각의 멤버들도 더 잘 알게 됐어요. 각자의 성격과 관심사 등도 알게 됐는데, 슈가와 협업이 그렇게 성사됐죠.”
할시가 지난 17일 유니버설뮤직을 통해 발표한 세 번째 스튜디오 앨범 ‘매닉(Manic)’에는 방탄소년단 멤버 슈가가 참여한 ‘슈가스 인터루드(SUGA’s Interlude)‘가 실렸다.
할시는 앞서 슈가가 발표한 솔로곡 ’어거스트 디(Agust D)‘를 듣고 많은 공감이 됐다고 했다. “사적인 내면의 생각과 어두운 면들, 아티스트와 개인을 오가는 고뇌가 고스란히 전달됐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 곡을 들었을 때, 이번 앨범에서 반드시 슈가와 협업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사람들은 어쩌면 다른 멤버와의 협업을 먼저 떠올렸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저와 좀 더 목소리 색깔이 비슷한 멤버나 영어가 능통한 RM과 하지 않을까 생각한 분도 있었겠죠. 하지만 제 마음속에 이 곡에 완벽한 사람은 언제나 슈가였어요. 그와 협업할 수 있어서 정말 기뻤습니다.”
할시는 방탄소년단 외에도 여러 뮤지션과 협업을 하고 있다. 캐나다 팝스타 저스틴 비버의 ’더 필링‘, EDM 듀오 ’체인스모커스‘와 함께 한 ’클로저‘ 등이다. 특히 ’클로저‘는 빌보드 싱글차트 ’핫100‘ 12주 연속 1위라는 대기록과 함께 빌보드 뮤직 어워드 3개 부문 수상, 세계 각국 음악 차트 1위를 차지하면서 할시의 인지도를 공고히 했다
“협업은 굉장히 재미있어요. 제 곡에 시도를 하기 전에 새로운 사운드를 실험할 수 있는 계기가 됩니다. 저스틴 비버와 체인스모커스와는 제가 팝 스타일의 곡들을 쓰기 시작하기 전에 협업했었죠. 협업은 생각지도 못한 시도와 결과물을 낳기도 해요. 최근 퓨처(Future)와 함께 포스트 말론(Post Malone) 앨범에 피처링을 했는데, 이런 생각 지도 못한 조합은 내면의 새로운 인격을 찾아내게 합니다.”
올해 역시 많은 협업들이 예고돼 있다. 앞으로 함께 작업해보고 싶은 뮤지션으로는 드레이크(Drake), 션 멘데스(Shawn Mendes)를 꼽았다. “신인 아티스트들과의 협업도 하고 싶어요. 제가 처음 시작했을 때, 저를 믿고 함께 작업해준 사람들이 있었기에 오늘 제가 있을 수 있잖아요. 마찬가지로 누군가 젊고 커리어를 막 시작하려는, 제가 느끼기에 뛰어난 신인 아티스트에게 그런 역할이 돼 주고 싶어요.”
그렇다고 할시가 꼭 누군가와 함께 해야 역량을 뿜어내는 가수는 아니다. 혼자서도 충분하다. 2015년에 발표한 첫 앨범 ’밴드랜드(Badlands)‘가 빌보드 앨범차트 ’빌보드 200‘ 2위를 차지하면서 단숨에 팝 스타의 자리에 올랐다.
2017년에 공개한 두 번째 앨범 ’호프리스 파운틴 킹덤(Hopeless Fountain Kingdom)‘은 발표 동시에 빌보드 앨범 차트 1위에 올랐다. 이 앨범을 통해 싱어송라이터로서의 입지를 굳혔다. 연인과의 관계에서 느꼈던 여러 감정과 자전적 이야기를 솔직하고 시적인 가사로 담아낸 ’나우 오어 네버(Now or Never)‘, ’배드 앳 러브(Bad at Love)‘ 등이 공감을 받았다.
또 2018년 싱글 ’위드아웃 미‘로 ’핫100‘ 정상을 차지하면서 솔로곡 첫 1위 기록과 함께 22주간 차트 상위권인 톱5에 머무르는 등 빅히트를 기록했다. 타이틀곡 ’유 슈드 비 새드(You Should Be Sad)‘를 앞세운 이번 앨범 ’매닉‘은 할시의 한층 더 깊어진 내면을 톺아볼 수 있게 해준다.
할시 역시 “너무나 많은 일이 일어나고 있는 인생의 현시점에서 느끼는 수많은 감정들, 20대로 살아간다는 것, 실수들, 나이를 먹었기에 더 무거워진 선택의 결과들과 진정한 사랑을 찾고 있는 저에 대한 앨범”이라고 소개했다.
“한 개인으로서 저는 누구인가에 대한 생각이 담겨 있어요. 제 생각이 바뀔 때마다 앨범도 바뀌는 것이 당연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이번 앨범에는 많은 다양한 사운드와 스토리가 있고, 앨범을 썼던 당시의 갈팡질팡했던 모습이 고스란히 반영돼 있어요. 팝, 컨트리 일렉트로닉 등 다양한 장르와 시도를 엿볼 수 있죠.”
현재 세계 최고의 화려한 팝스타 중 한 사람이지만 할시는 과거에 누구보다 힘든 경험을 했다. 흑인 아버지와 백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그녀는 극심한 가난을 겪었다. 그녀는 또 자신이 양극성 장애를 앓고 있고, 양성애자라는 사실을 밝히기도 했다. 이처럼 편견에 휩싸이거나 오해를 쉽게 받을 수 있는 상황에서도 할시는 당당히 섰다.
할시는 “상황이 얼마나 나쁘건 간에 언젠가는 좋아진다는 것, 제 자신이 누군지 몰라도 괜찮다는 것, 그것을 탐구하고 다양한 시도를 해보는 데 시간을 걸려도 괜찮다는 걸 모두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창피한 일도 하게 될 것이고, 결과가 좋은 일도 있을 것이에요. 그리고 많은 교훈을 얻게 될 겁니다. 우리는 모든 것이 완벽해 보이는 소셜 미디어의 시대를 살고 있기 때문에 젊은 세대를 위한 음악을 만든다면, 성장한다는 것, 자신이 누군지 알아가는 과정이 그렇게 아름답지 만은 않을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때로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거든요.”
이런 고민과 노력 때문인지 할시에게는 유독 여성 팬이 많다. 젊은 여성들의 롤모델로 통한다. 2018년 8월6일 예스24에서 펼친 첫 내한공연에서 형광색 신발, 녹색빛이 감도는 머리카락, 데님 소재의 서스펜더 팬츠를 입은 할시는 흡사 야무진 전투병처럼 보였다.
세상이 여전히 여자 가수에게 암묵적으로 요구하는 시선과 편견에 음악과 퍼포먼스 그리고 메시지로 저항하는 전사. 왜 그녀가 ’걸크러시 팝 아이콘‘으로 통하는 지를 증명한 무대였다. 방탄소년단과 협업 전이었음에도 그녀에 대한 반응은 뜨거웠다. 2500여명이 운집한 당시 공연장에는 10~20대 여성팬들로 가득했다. 공연 예매자의 비율을 살펴보면 여성이 무려 77.9%를 차지했다.
할시는 “예~!(환호) 첫 번째 공연을 물론 기억하고 있다”고 했다. “무척 떨렸던 기억이 나요. 방탄소년단과 협업하기 훨씬 전이었기 때문에 사람들이 과연 ’저를 알고 있을까‘ ’제 공연에 와 줄까‘ 무척 걱정됐었거든요. 우려와 달리 멋진 공연을 펼칠 수 있었습니다.”
한국 팬들은 할시 노래의 가사도 전부 알고 있었고 피켓도 준비해서 그녀를 응원했다. “팬들이 메이크업이랑 의상도 너무 멋졌던 게 기억에 남아요. 공연이 끝나고는 팬들과 만나는 시간도 가졌는데 정말 큰 감동으로 남아 있죠.”
할시는 2년 만인 5월9일 오후 7시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두 번째 내한공연을 펼친다. “이번에는 팬들도 그때보다 많아졌고 앨범도 2장에서 3장으로 늘어났기 때문에 더 기대됩니다. 저도 팬들의 기대에 미칠 수 있기를 바라요.”
자신은 물론 매니저도 한국을 정말 좋아한다며 지난 2년 동안 한국에 친구들을 많이 만들었기 때문에 이번 한국 방문도 무척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지난번엔 한국의 친구들과 놀러나가서 서울 구경도 하고 처음으로 소주도 먹어봤어요. 정말 재미있었는데, 그 외에도 볼 거리 즐길 거리가 많으니까 경험해보고 싶습니다.”
무엇보다 한국 팬들을 많이 사랑한다며 지난 2년간 자신의 음악을 받아들이고 공감해준 것에 대해 큰 감동과 감사를 느끼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아직도 자신은 팬들에게 보여주고 말해줄 것들이 많다며 설렜다.
“팬들의 마음속 한 부분에 자리할 수 있다는 건 큰 행운이에요. 앞으로도 매일 팬들을 위해 제 모든 것들은 계속해나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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