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과 역사의 대화… 여성 미술가들 약진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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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문화계 천기누설]<6> 미술계 새해 화두와 과제

올해 미술시장은 큰 계기가 없는 한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새 관장들이 본격적인 임기에 접어든 국공립미술관의 차별화 전략과 광주 서울 부산에서 열리는 비엔날레 등이 눈여겨볼 이슈로 꼽혔다. 뉴시스
올해 미술시장은 큰 계기가 없는 한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새 관장들이 본격적인 임기에 접어든 국공립미술관의 차별화 전략과 광주 서울 부산에서 열리는 비엔날레 등이 눈여겨볼 이슈로 꼽혔다. 뉴시스
‘암중모색(暗中摸索).’

늘 어렵다던 국내 미술계와 미술시장의 실태는 지난해 수치로도 나타났다. 예술경영지원센터가 지난해 12월 30일 발표한 ‘2019 미술시장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미술시장 규모는 2018년 기준 4482억 원이었다. 2014년부터의 성장세가 5년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상황은 어둡지만 길을 더듬어서라도 찾아야 할 미술계 관계자 10명에게 2020년 전망을 물었다. 미술계 공공기관과 시장 종사자는 물론이고 전문가 개개인의 의견도 엇갈렸다. 중론을 찾기보다 각론을 최대한 소개한다. 판단은 독자의 몫이다.

○ ‘미술과 역사의 맥락을 잇다’

미술은 시대와 역사를 반영해야 한다는 것은 하나의 명제로 정립됐다. 나치 치하의 음울한 역사를 토대로 작품세계를 펼친 독일 신표현주의 작가들은 생존 작가 중 최고로 인정받는다. 올해 국내에서도 미술로 역사를 돌아보는 움직임이 꿈틀댄다.

김선정 광주비엔날레 대표는 “5·18민주화운동 40주년 특별전을 서울,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대만 타이베이, 독일 쾰른 등 4개 도시에서 준비해 비엔날레 기간(9월 4일∼11월 29일) 광주에서 열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립현대미술관도 한국전쟁 70주년 기획전을 개최한다.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올해 화두는 사회적 의제와 미술사의 맥락이 닿도록 해 미술을 확장하는 것”이라고 했다.

○ 여성 미술가 약진 ‘주목’

영국 테이트 세인트아이브스에서 5월 개인전이 예정된 양혜규 작가의 작품 ‘The Great Acceleration(거대가속)’. Taipei Fine Arts Museum
영국 테이트 세인트아이브스에서 5월 개인전이 예정된 양혜규 작가의 작품 ‘The Great Acceleration(거대가속)’. Taipei Fine Arts Museum
미술시장은 보합(保合)을 예상하는 의견이 많았다. 특별한 계기가 없는 한 크게 성장하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하지만 여성 미술가의 약진을 전망하는 목소리가 두드러졌다.

양혜규 작가는 5월 영국 테이트 세인트아이브스에서 개인전을 열 예정이다. 함경아와 김수자 작가도 올해 처음 개최되는 미국 뉴욕의 아시아 소사이어티 트리엔날레에 참가한다. 최윤석 서울옥션 상무는 “박래현 최욱경 구정아 남화연 등 여성 미술가의 활약과 함께 회화 이외의 다양한 장르에 대한 관심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현숙 국제갤러리 회장은 ‘단색화 작가의 건재함’을 화두로 꼽았다. 이 회장에 따르면 국제갤러리는 3월 박서보, 9월 이우환 개인전을 선보이고 독일 뒤셀도르프 제로 재단은 6월 권영우 개인전을 연다. 이 회장은 “뉴욕 현대미술관(MoMA)은 재개관 소장 기념품전에서 하종현의 ‘접합’ 초기작을 선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 시장 개선을 위한 해외 진출 절실

미술시장 개선을 위한 과제로는 해외 진출 등을 꼽았다. 김선정 대표는 “해외 미술계로 진출하지 않고서는 국내 미술시장 침체를 극복할 수 없다”며 “K-아트를 적극적으로 알리려는 노력이 수반되면 국내 시장도 탄탄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술품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도 요구했다. 이현숙 회장은 “미술품을 사치품이나 재테크 수단으로 보는 경향은 여전하다”며 “작품을 구입해 작가를 지지하는 생산자 역할을 한다는 측면에서 컬렉터가 성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혜경 부산시립미술관장도 “미술 생태계 전반의 체질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취임 후 안정기에 접어든 전국 국공립미술관 관장들이 차별화된 전시로 이슈를 선도하려는 물밑 경쟁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최은주 대구미술관장은 “기획자 출신인 주요 미술관 관장들이 서울 중심의 미술계 판도를 전국적으로 다양화하는 양상을 전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백지숙 서울시립미술관장은 “세계 미술계의 미션인 다양성을 바탕으로 다양한 관객을 수용하는 미술관의 접근성 확보가 화두”라고 짚었다.

○ ‘아티스트 피(fee)’ 해결해야

올해 해결 과제로는 ‘아티스트 피(artists fee·작가사례비)’를 들었다. 아티스트 피는 미술관 전시에 출품한 작가가 받는 대가다.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의 ‘미술창작 대가 기준(안)’이 시범 운영 됐지만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일부 지적이 있었다.

최은주 관장은 “올해부터 현장에서 적용될 아티스트 피는 오해의 소지가 많은데 정부가 적극 홍보하고 조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혜경 관장도 “문체부가 권고사항으로만 제시할 게 아니라 예산 등 해결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선정 대표는 “연구용역을 의뢰해 체계와 규정을 만들어 실행하는 단계인데 문제점이 많다”고 했다.


설문 응답자 명단(10명·가나다순)

기혜경 부산시립미술관장, 김선정 광주비엔날레 대표, 도형태 갤러리현대 대표이사,백지숙 서울시립미술관장,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 이지호 화이트블럭 시각예술연구소장,이현숙 국제갤러리 회장, 정재호 갤러리2 대표, 최윤석 서울옥션 상무, 최은주 대구미술관장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여성 미술가#양혜규#광주비엔날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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