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결혼, 취업. 딱 세 가지만 포기하자는 생각에서 3포세대가 생겨났다. 그런데 막상 3포세대가 되고 보니, 생각보다 인생에는 포기당할 것들이 너무 많다. 무엇이든 더 쉽게 놓아버리기 위해 5포, 7포, N포세대가 탄생했다. 그런데 이것저것 매번 포기만 하며 살기엔 좀 슬프지 않나. 차라리 처음부터 내 자발적 의지로 다 거부하자는 마음에서 시작한 ‘4B운동(비혼, 비연애, 비섹스, 비출산)’이 최근 번지고 있다.
전 세계 수재들이라는 미국 하버드대 학생들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실패를 두려워하고 관계 맺기에 서툴다. 책으로 배운 연애와 사랑이 얼마나 부질없는지 깨달아 매번 좌절한다. 사랑의 실패는 자존감 하락으로 이어지고, 약점을 더 숨기기 위해 다음 발걸음을 주저한다.
비교문학, 심리학, 철학 등을 전공한 저자가 학자이자 인생 선배 자격으로 구원투수를 자처했다. 그는 관계에 서툰 제자들과 요즘 청년들의 마음속에 사랑에 대한 편견, 오해, 몰이해가 가득하다는 점을 포착했다. 이에 하버드대에서 3년 동안 사랑학 강의를 열어 사랑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예상대로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12개의 핵심 강의를 뽑아내 책으로 엮었다. 다양한 실례를 곁들인 강의 내용이 연애상담을 하듯 편안하게 흘러간다.
저자는 시중에 널린 연애지침서들의 뻔한 연애 공식을 거부한다. 그는 사랑을 이해하고, 공부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한다. 결론적으로 독자가 사랑의 가치를 스스로 발견함으로써 힘들더라도 사랑에 늘 도전하라고 말한다. 사랑은 원래 반복적으로 실수하고, 아픈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이성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 기교보다는 현실적 조언에 집중한다. 그래서인지 하지 말아야 할 행동에 대한 조언이 많다. “약해 보여야 사랑받는다는 말은 거짓”이라거나 “나를 원하지 않는 상대를 쫓아다니는 건 에너지 낭비”라고 일갈한다. 완벽한 상대는 없으며, 사랑하는 이를 조종하려고 하지 말라는 조언도 덧붙인다.
사랑할 때 올바른 선택만 할 수 없기에, 지나간 일을 일일이 후회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모든 자기 행동을 분석하기보다는 마음의 울림을 믿으라고 말한다. 각 장별로 사랑에 관한 ‘진실’ ‘거짓’ 명제를 붙였다.
사랑에 대한 오해가 대개 그릇된 성역할 구분에서 비롯됐다는 점도 중요하다. 남자는 이렇고, 여자는 저렇다는 식의 ‘화성남, 금성녀’ 구분법은 남녀 모두 사랑 앞에 흔들리는 나약한 존재라는 점을 간과한 것이다. 저자는 “우리가 절대 다른 별에서 온 게 아니라고 받아들일 때 더 많은 가능성이 열린다”고 말한다.
연애 공식이라면 완강히 거부하는 저자에게도 최소한의 이별 규칙은 있다. ‘사랑이 나를 풍요롭게 한다면 머물러라. 하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떠나라.’ 단순명료한 이 규칙만 기억해도 사랑에 빠지길 두려워하지 않고, 가망 없는 관계를 끝내기도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물론 우리는 이렇게 연애를 또 책으로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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