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영화인들의 꿈과 열망 담은 34.29cm 황금상 ‘Mr.오스카’
9일 시상식서 누가 그를 품을까
“오스카는 지역 축제다.”
봉준호 감독은 아카데미(오스카) 시상식이 미국만의 축제라고 꼬집었지만 100년에 가까운 아카데미 시상식의 역사를 들여다보면 세계 최대 영화 시장인 할리우드의 역사와 흐름을 같이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카데미상은 1927년 할리우드에서 미국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가 출범하면서 시작됐다. AMPAS의 사서였던 마거릿 헤릭이 트로피를 보고 자신의 삼촌 오스카와 닮았다고 말해 ‘오스카’라는 별칭이 붙었다는 설과 함께 유명 칼럼니스트 시드니 스콜스키가 1934년 캐서린 헵번의 여우주연상 수상을 언급하며 ‘오스카’라는 이름을 붙였다는 설이 있다. 높이가 약 34cm인 아카데미 트로피는 전 세계 영화인들의 꿈이 됐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물자 부족으로 석고에 색칠한 트로피를 만들었어도 오스카에 대한 영화인의 열망은 변함이 없었다. 올해 92회를 맞는 아카데미 시상식은 여전히 세계 영화 시장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시상식이다.
오스카는 명성만큼이나 여러 논란에 휩싸였다. 1940년(12회) 해티 맥대니얼이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로 여우조연상을 받으며 사상 첫 아프리카계 수상자가 탄생했지만 오스카 수상자들의 면면은 미국의 문화적 다양성을 온전히 담아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첫 아시아인 감독상은 2006년(리안 감독·브로크백 마운틴), 첫 여성 감독상은 2010년(캐스린 비글로 감독·허트 로커)에야 탄생했다. 2016년에는 제88회 시상식을 앞두고 ‘백인 위주의 오스카(#Oscars so white)’ 논란에 휩싸였다. 그해 아카데미의 남녀 주·조연상 후보 중 유색 인종이 한 명도 없었기 때문이다.
한국 영화는 1963년 고 신상옥 감독의 영화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 이후 꾸준히 오스카의 문을 두드려 왔다. 이창동 감독의 ‘오아시스’,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 이준익 감독의 ‘사도’, 장훈 감독의 ‘택시운전사’ 등이 출품됐으나 한 차례도 최종 후보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기생충’은 지금까지 출품된 한국 영화들과는 달리 할리우드의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 내고 있다. 자막을 읽어야 하는 외국어 영화임에도 상업적 성공과 평단의 호평을 동시에 거머쥐었다. 작품상과 감독상 등 오스카 시상식의 총 6개 부문 후보에 오른 ‘기생충’의 도전은 그래서 더욱 의미 있다. 시상식이 열리는 9일(현지 시간)이 기생충의 날이 될 수 있을까.
오스카 트로피 제작과정 오스카 트로피는 2016년부터 뉴욕주 주조소 ‘폴리치 탤릭스’가 3차원(3D) 프린팅 방식으로 제작한다. 폴리치 탤릭스는 제프 쿤스, 리처드 세라 등 현대 미술가들이 작품을 의뢰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3D 트로피 모형 위에 동과 순금을 덧입힌다. 순금이 벗겨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미국항공우주국에서 사용하는 특수 전기도금 기술이 사용됐다. 오스카 트로피 50개 제작에는 약 3개월이 소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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