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전 92회 아카데미상 시상식
작품-감독-촬영상 등 10개부문 후보… 예측 사이트-전문매체서 박빙 우세
골든글로브-PGA서도 작품상 수상
컷 한번 없이 2시간 내내 촬영한듯 탁월한 연출로 단순한 스토리 극복
‘기생충’ 대 ‘1917’.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샘 멘데스 감독의 영화 ‘1917’은 기생충의 가장 강력한 경쟁작이다. 작품상과 감독상 부문에 뛰어난 작품이 다수 올라왔지만 오스카 결과를 예측하는 외신 보도와 해외 시상식 결과를 종합하면 그중 단연 압도적인 작품으로 꼽히며 이번 아카데미에서는 작품상과 감독상, 촬영상 등 10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할리우드 전문가들과 이용자들의 의견을 종합해 시상식 결과를 예측하는 사이트 ‘골드더비’ 집계에 따르면 ‘1917’은 ‘기생충’을 누르고 오스카 작품상 후보 1위를 달리고 있다. 할리우드 전문지 ‘버라이어티’ 등 매체들도 박빙의 대결 속에 ‘1917’이 우세한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1917’의 서사는 비교적 단순하다. 제1차 세계대전이 한창인 1917년 독일군의 함정에 빠질 위기에 처한 아군을 구하기 위해 장군의 명령을 전하러 전령으로 전장을 달려가는 두 영국군 병사 스코필드(조지 매케이)와 블레이크(딘찰스 채프먼)의 이야기를 그렸다. 샘 멘데스 감독은 1차대전에 참전한 그의 할아버지 앨프리드 H 멘데스의 자전적 이야기에서 영감을 받았다.
영화는 지난해 12월 미국에서 개봉한 이후 단숨에 화제의 중심에 섰다. 제77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을 받았으며 아카데미 수상 결과의 지표처럼 여겨지는 미국프로듀서조합상(PGA)과 미국감독조합상(DGA)에서도 각각 작품상과 감독상을 수상했다.
전쟁 영화는 스크린에 자주 등장했지만 이 영화가 특별한 대접을 받는 이유는 단순한 이야기를 풀어내는 진일보한 연출 덕분이다. 관객은 전쟁터를 가로지르는 기관차에 탄 것처럼 적군과 아군, 양쪽으로부터 총알이 날아올지 모르는 지옥을 질주한다. 카메라는 마치 멘데스 감독이 단 한 번도 ‘컷’을 외치지 않은 것처럼 2시간 내내 쉼 없이 이들의 여정을 기록한다. 덕분에 관객은 영화를 보는 것이 아니라 스코필드, 블레이크와 함께 사투를 벌이는 제3의 병사가 된 듯한 시선으로 시체와 쥐가 들끓는 전장을 체험하게 된다. ‘덩케르크’(2017년)가 지닌 건조한 시선을 따라 ‘레버넌트’(2016년)의 휴 글래스를 지켜보는 듯한 극한을 체험하며 마침내 당도하는 곳은 전쟁에 대해 던지는 근본적인 질문과 ‘라이언 일병 구하기’(1998년)에서 느끼는 감동이다.
아카데미상 최고의 영예인 작품상을 놓고 ‘기생충’, ‘1917’과 더불어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아이리시맨’,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등 내로라하는 감독들의 걸작이 경쟁한다. 미국이 가장 사랑하는 고전을 시대의 맥락에 따라 재해석해낸 그레타 거위그 감독의 ‘작은 아씨들’, 할리우드에서 가장 ‘핫’한 감독 타이카 와이티티가 소설 ‘갇힌 하늘’을 동화처럼 재해석한 ‘조조 래빗’도 있다. 토드 필립스 감독의 ‘조커’는 이번 아카데미에서 가장 많은 11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됐다. 6개 부문에 지명된 ‘기생충’은 이런 걸작들과 겨루며 작품상과 감독상 부문의 강력한 후보로 예측되고 있다.
미국영화예술아카데미(AMPAS) 회원 8000여 명의 투표는 이달 4일(현지 시간) 종료됐다. 투표 결과는 80년 넘게 아카데미 행사를 대행해온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에 봉인돼 있다. 지난해 5월 프랑스 칸 국제영화제에서 시작된 ‘기생충’의 여정은 어떤 결과를 맺을지 10일 오전 10시(한국 시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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