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2월 23일 일요일 맑음. 잠에서 깰 때. #332 My Bloody Valentine ‘When You Sleep’(1991년)
“어, 여기 웬일이세요? 잘됐다. 조금 있다 5층에서 파티가 있어요. 즐기다 가세요.”
그 건물 5층에서 아는 사람, 그러니까 S를 마주칠 줄은 몰랐다. 알고 보니 그곳은 4층이었다. 분명히 5층에서 새로 나온 가상현실 프로그램을 체험한 뒤 문을 열고 나왔는데 4층인 거다. 천장 배관이 훤히 보이는 어두운 은색의 실내가 어쩐지 비현실적이었다. 깨어났다.
‘탓탓탓탓!’ 그리고 ‘쿠아아아앙!’
아일랜드 록 밴드 ‘마이 블러디 밸런타인’의 음반 ‘Loveless’(1991년)는 첫 곡(‘Only Shallow’·QR코드)의 맨 처음부터 강력한 주술을 난데없이 스피커 앞으로 투척한다. 16분 음표 4개짜리 스네어 드럼 연타는 경고의 카운트다운 같다. 무방비 상태의 청자는 육중한 기타 사운드가 폭발하는 순간, 꿈의 나락 아래로 내던져진다. 너무 시끄럽기 때문에 깬 채로 경험할 수밖에 없는 48분짜리 꿈.
때로 너무 생생한 꿈에서 갑자기 깨어나면 약 5초간 혼란의 소용돌이가 대뇌에 조용히 몰아친다. 머나먼 저쪽에서 이쪽으로 건너왔으니 어쩌면 당연한 현상일지도…. 갓난아기가 잠에서 깨자마자 미친 듯 울어대는 것은 어쩌면 이 혼란의 도강(渡江), 아찔한 점프를 덤덤히 받아들이는 훈련이 덜 됐기 때문일까.
‘널 보면/오, 뭐가 진짜인지 모르겠어/때로는/날 웃게 하지’
마이 블러디 밸런타인의 ‘When You Sleep’은 ‘Loveless’ 음반에서 가장 통통 튀는 곡이다. 상냥한 곡이란 얘기는 아니다. 분당 박자 수 120이 넘는 빠른 로큰롤 리듬을 배반하듯, 왜곡된 기타와 보컬은 뭉개져 시종 웅얼거린다.
‘다크 시티’(1998년), ‘매트릭스’(1999년), ‘13층’(1999년)…. 지난 세기말에 나온 몇몇 SF 영화들은 꿈과 현실의 경계에 관해 어지러운 질문을 던졌다. 우린 어쩌면 이미 멸망해버렸는지 모르겠다. 증폭된 노이즈와 샘플링된 굉음에 휘말려 일상적이며 반복적으로 영원히 멸망하고 있는 중인지도 모른다. 가끔은 한낮에도 멍해진다. 내가 여기서 무엇을 왜 하고 있는지 문득 생각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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