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 파문’에 휩싸였던 스페인 출신 스타 성악가 플라시도 도밍고(79)가 결국 사과했다.
25일 AP통신(현지시간) 등에 따르면 도밍고는 이날 성명을 통해 “지난 몇 달 동안 음악 동료들이 내게 제기한 혐의에 관해 반성했다”고 밝혔다.
“마침내 여성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을 만큼, 편안함을 느꼈다는 것에 존중을 표한다”면서 “그녀들에게 준 상처에 대해 진심으로 미안해한다는 것을 그녀들에게 알리고 싶다”고 했다. “내 행동에 대한 모든 책임을 받아들이겠다. 이런 경험으로 나 역시 성장했다”고 덧붙였다.
도밍고가 성희롱 피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진 여성들에게 사과를 한 것은 AP통신이 해당 의혹을 제기한 지 6개월 만이다. 도밍고는 오페라 단원 등을 대변하는 미국음악가협회(American Guild of Musical Artists)가 자신의 성추행 의혹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하자마자 이 같은 성명을 냈다.
조사 결과에는 LA오페라 총감독을 지낸 도밍고가 지난 20년 동안 부적절한 행동을 발견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AP는 “도밍고로부터 성희롱을 당했거나 그의 부적절한 행동을 목격했다고 말한 이는 27명”이라고 전했다.
“이번 조사는 도밍고에게 제기된 혐의들에 신빙성이 있다고 봤다”면서 “1990년대와 2000년대에 걸친 도밍고의 권력 남용 패턴을 보여줬다”고 덧붙였다.
또 AP통신은 이날 도밍고의 사과는 관련 의혹이 처음 제기됐을 때 그의 발언과는 상반돼 있다는 것을 지적했다. 도밍고는 의혹이 처음 제기됐을 당시 “모든 상호작용과 관계는 항상 환영받았으며 합의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후 클래식계에서는 도밍고가 억울한 상황에 처할 수 있는 가능성을 인정하면서 그가 이름값에 걸맞은, 책임 있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왔다.
여전히 도밍고의 사과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우루과이 출신 소프라노 루즈 델 알바 루비오는 AP에 “만약 도밍고가 정말 미안해하고 있다면 우리와 얼굴을 맞댄 채 진심으로 사과하라고 요구하고 싶다. 20년 동안 고통받는 여성들이 있었다. 우리의 용서를 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루비오는 도밍고가 자신에게 입술을 가까이 하는 등 불편할 정도로 다정하게 대했다고 폭로했다.
도밍고에 대한 성희롱 의혹이 불거진 뒤 미국에서는 그에 대한 비난이 빗발쳤다. 반면 유럽에서는 그 정도가 덜하다. 올해 여름 영국에서 오페라 공연도 예정돼 있다.
1957년 바리톤으로 데뷔한 도밍고는 1961년 미국에서 베르디 ‘라 트라비아타’에서 알프레도를 맡은 뒤 약 50년 간 테너로 활동하며 ‘오페라계 슈퍼스타’로 통했다. 2009년 바리톤으로 다시 전향한 이후 여전히 쩌렁쩌렁한 목소리를 자랑하고 있다.
하지만 작년 AP통신이 도밍고의 과거 성추행 의혹을 보도하면서 코너에 몰렸다. 폭로한 여성들은 도밍고가 오폐라계 절대적인 지위를 악용, 성적인 요구를 했다고 토로했다. 요구에 응하지 않을 경우 경력에 악영향을 받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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