첼리스트 이정란은 “19세기 중반∼20세기 초 프랑스 첼로 음악의 오묘한 색상을 음반에서 느낄 수 있기 바란다”고 말했다. 소니뮤직 제공
파리에서 잘 꾸려 가져온 선물 꾸러미 같다.
첼리스트 이정란(37)이 최근 내놓은 앨범 ‘랑데부 인 파리’가 그렇다. 꾸러미 속엔 무게 나가는 명품 셋(생상스 소나타 1번, 드뷔시 소나타, 풀랑 소나타)이 먼저 눈에 띈다. 작지만 빛나는 소품들 (생상스 ‘그대 목소리에 내 마음 열리고’, 포레 ‘시실리엔’ ‘나비’, 드뷔시 ‘달빛’, 풀랑 ‘사랑의 오솔길’)이 그 사이사이를 채운다.
“저를 음악가로 키워준 파리를 음반에 담아보겠다는 게 스스로와의 약속이었죠. 음악에 대한 순수한 열정만이 가득했던, 그 시절과의 만남이기도 합니다.”
이정란은 청춘의 빛나는 시절 7년을 파리에 살며 파리국립고등음악원 학사 및 최고연주자 과정과 실내악 전문사 과정을 졸업했다.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도 이번 음반의 콘셉트에 영향을 끼쳤다.
“주인공이 평소 동경하던 작가들을 만나듯이, 저도 음악을 통해 동경하던 작곡가들을 직접 만나는 걸 상상했어요.”
프랑스 현악 전통의 우아함을 내면 깊이 각인한 그는 2010년대 음악의 경계를 넘어 미술 문학 무용으로 탐험을 확산하는 ‘첼로미학’ 시리즈를 통해 시대를 관통하는 진지함을 보여주었다. 2015년부터는 바흐 무반주 첼로 전곡 연주, 베토벤 피아노와 첼로를 위한 작품 전곡 연주, 2019년 슈베르트와 멘델스존 연주 등을 이어 나가면서 한 시대와 그를 대표하는 정신에 꾸준히 천착했다.
첼리스트 이정란이 최근 발표한 앨범 ‘랑데부 인 파리’.이번 음반 연습과 녹음 과정 내내 그는 파리 생활 동안 마주쳤던 센강의 반짝임, 공원에서 만난 나비의 날갯짓, 작은 산책길, 밤하늘을 비추는 달빛을 머릿속에 그렸다. 그 빛나는 프랑스의 ‘에스프리(정신·정수)’가 자신의 연주를 통해 전달될 수 있기를 소망한다고 했다. 파리 학창 시절의 친구였던 피아니스트 일리야 라시콥스키(성신여대 초빙교수)가 반주자로 호흡을 함께했다.
아쉬운 일도 있다. 이달 서울, 대구, 광주에서 음반 발매 기념 콘서트를 열려고 했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미뤄졌다. 8월 27일 광주 유·스퀘어문화관, 8월 28일 대구콘서트하우스에서 연주회를 열 계획이다. 서울 공연은 새 날짜를 알아보고 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