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플래시100]‘전설이 아닌 역사’ 민족 시조 ‘단군’을 그려주세요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3월 6일 11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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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0년 4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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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물이라면 새암이 있고/ 우리가 나무라면 뿌리가 있다/ 이 나라 한아바님은 단군이시니…’

해마다 10월 3일이면 울려 퍼지는 개천절 노래입니다. 지금이야 목청껏 부를 수 있지만 일제 강점기에는 단군을 입에 올리기도 쉽지 않았나 봅니다. 조선총독부는 1915년 단군을 모시는 대종교를 불법화해 본격적으로 탄압하는 등 단군이라면 경계를 늦추지 않았습니다. 동아일보 옛 기사를 몇 개 살펴보겠습니다.

5월 29일 ‘인격을 완전함에는 가정교육에 재(在)하냐, 학교교육에 재하냐’는 문제로 열렬한 토론회가 있었다.… 섭섭한 일은 신현익 군이 “단군 자손이니 배달민족이니 참담한 조선이니”하며 웅변을 펼치다 일본인 경관에게 중지당한 것이었다.(1920년 5월 31일자)

동아일보는 일제강점기 민족혼을 일깨우기 위해 창간 후 첫 사업으로 단군영정 찾기에 나섰다. 왼쪽 사진은 동아일보 1922년 11월 21일자 3면에 게재된 단군 영정, 오른쪽은 정부가 지정한 단군의 표준영정이다. (왼쪽 사진 동아일보DB· 오른쪽 전통문화포털 제공)
동아일보는 일제강점기 민족혼을 일깨우기 위해 창간 후 첫 사업으로 단군영정 찾기에 나섰다. 왼쪽 사진은 동아일보 1922년 11월 21일자 3면에 게재된 단군 영정, 오른쪽은 정부가 지정한 단군의 표준영정이다. (왼쪽 사진 동아일보DB· 오른쪽 전통문화포털 제공)
지난 22일 경남 마산에서 음력 3월 15일은 단군어천기념절이라 해서 ‘조선 사람은 단군의 어천절을 기념하라’는 문자를 붙인 일이 있었는데 경찰서에서는 회원동 학생복습소를 수색해 창신학교 학생 신유식(19) 외 6명을 체포…(1921년 4월 25일자)

이런 엄혹한 시기에도 동아일보는 창간 후 첫 사업으로 단군영정 현상모집에 나섰습니다. 1920년 4월 11일자를 시작으로 같은 해 5월 10일자까지 응모할 것을 촉구하는 글을 11차례나 게재한 것이죠. ‘단군은 우리 민족의 시조이시며, 이 땅에 나라를 세우신 제1인이시며, 가장 신성한 큰 위인이시다.… 우리는 높고도 고상한 단군의 귀한 형상을 구해 독자와 함께 배례를 드리고자 한다’는 사업 취지도 명백히 밝혀 민족말살정책을 착착 실행에 옮기던 일제에 정면으로 맞섰습니다.

하지만 민족의 시조인 단군 상(像)을 뚝딱 정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당초 그 해 4월 30일이던 응모기한을 5월 15일로 연기해 56편을 심사했지만 당선작을 찾지 못해 9월 말로 또 연기했습니다. 그런데 9월 25일자 사설이 빌미가 돼 무기정간을 당하는 바람에 이 야심 찬 사업은 끝내 결실을 맺지 못하고 말았습니다.

그렇지만 동아일보는 굴하지 않고 줄기차게 민족적 구심점인 단군을 부각시켰습니다. 민족의 주체성을 확립하기 위한 독립운동의 하나였던 겁니다.

1922년에는 음력 10월 3일인 11월 21일자에 ‘오늘은 개천성절(聖節)’ 기사와 함께 ‘단군천제의 영정’이라고 설명을 붙인 사진을 실었습니다. 출처를 밝히진 않았지만 대종교의 단군 초상화와 비슷하게 어깨 및 허리 부분에 풀과 나뭇잎을 두른 이 한 장의 사진은 단군영정이 대중적으로 확산되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했습니다.

1926년 일본 사학자 오다 쇼고(小田省吾)가 단군은 역사가 아니라 ‘전설’에 불과하다는 요지의 논문을 발표하자 즉각 2월 11, 12일자 사설 ‘단군 부인(否認)의 망(妄·망령)’을 내보낸 데 이어 3월 3일부터 당대의 사학자인 육당 최남선을 통해 ‘단군론’을 77회 연재했습니다. 1930년대 들어서도 평남 강동 대박산 단군릉 수축(修築) 등 단군 유적 보존운동에 앞장선 동아일보는 오기영 평양지국 기자(단군릉 봉심기·1932년 5월 6, 11, 12일자), 현진건 사회부장(단군성적 순례·1932년 7월 29일~11월 9일 51회), 이은상 특파원(단군릉 봉심기·1934년 1월 13일·총독부 압수), 민세 안재홍(단군성적 구월산 등람지·1934년 7월 11~16일 6회) 등의 단군성지 순례기를 실어 민족혼 고취에 앞장섰습니다. 일종의 ‘르포’인데 유려하고 맛깔 나는 문장에 세세한 디테일 묘사까지 지금 읽어봐도 뭉클한 감동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 순례기들은 동아 디지털 아카이브(www.donga.com/archive/newslibrary)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정경준 기자 news91@donga.com

과거 기사의 원문과 현대문은 '동아플래시100' 사이트(https://www.donga.com/news/donga100)에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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