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종교계 주말이 바뀌었다. 가톨릭은 교구별로 미사 중단 조치를 연장했고 불교와 원불교도 각종 법회와 모임을 중단한 상태다. 개신교는 일부 교회의 주일(일요일) 예배를 둘러싼 논란이 있지만 상당수 교회는 예배를 중단했다. 한국기독교언론포럼에 따르면 국내 대형 교회 340곳 중 240곳(70.5%)이 최근 주일 예배를 온라인으로 전환했다.
○ 뜨거운 온라인 종교 활동
8일 서울 서초구 사랑의교회 주일예배 온라인 생중계에 신자들은 뜨겁게 호응했다. 교회 홈페이지와 유튜브 중계에 각각 2만여 명이 접속했다. 주일학교와 대학청년부 같은 여러 예배 등을 포함하면 9만 명 가까운 신자가 온라인 예배에 참여했다고 교회 측은 설명했다.
예배 뒤 교회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이른바 ‘가정 예배’ 사진과 700여 건의 소감이 올라왔다. 편안한 차림의 신자들이 보여주는 ‘가족의 재발견’이 흥미롭다. 교회 관계자는 “온라인 예배를 위해 3대(代)가 한집에 모인 경우도 적지 않다”며 “많은 신자가 오프라인 예배를 드리지 못해 아쉬워하면서도 가족과 신앙의 의미를 되새기는 계기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병삼 분당 만나교회 목사는 “교회는 건물이 아니다. 여러분이 계신 그곳이 바로 교회”라며 “예배자의 모습으로 자리를 지켜 달라”고 당부했다.
가톨릭 교구 협의체인 한국천주교주교회의에 따르면 가톨릭 종교방송의 시청률은 평소 4∼5배, 유튜브 방송 조회수는 3배 가깝게 올랐다. 몇몇 교구는 홈페이지를 통해 이례적으로 교구장 주교들이 집전하는 미사를 중계했다.
○ 이웃 사랑 실천의 기회로
오프라인 종교 활동은 줄었지만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이웃들을 돕기 위한 기부와 모금은 활발해지고 있다.
천주교서울대교구 산하 ‘바보의나눔’은 최근 코로나19로 특히 고통받는 미혼모와 아동을 위해 긴급구호금 1억1000만 원을 전달했다. 대구가톨릭근로자회관은 한국인보다 더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주민 돕기에 나섰다. 대구대교구 이주사목 부장인 이관홍 신부는 “예수님은 이주민과 난민의 모습으로 우리와 함께 계신다”며 “대구와 근교에 있는 난민과 이주민 공동체 대표들을 통해 마스크와 손 소독제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앞서 대한불교조계종은 6일 총무원장 원행 스님 명의의 성명에서 “국민 안전과 생명을 최우선으로 매 순간 골든타임이라 여기며 위기상황을 대처하도록 정치권을 비롯한 모든 분이 지혜를 모아 달라”고 촉구했다. 조계종은 12일 생수 20만 병을 대구경북 지역에 전달하고, 10일부터 이달 말까지 동국대 일산병원과 서울 종로구, 인근 선별진료소에 있는 의료진에게 사찰음식으로 만든 도시락을 지원할 계획이다.
○ 개신교 예배 둘러싼 논란과 속사정
교단장 중심의 연합체로 전국 교회의 약 90%를 포괄하는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은 7일 국회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종교집회 자제촉구 결의안’을 통과시키자 “일부 교회가 예배를 드리는 것이 마치 국민 불안을 야기하는 주된 원인인 것처럼 오해를 낳는 결의안을 채택한 국회에 심히 유감”이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어 “6만여 교회 중 극소수 교회에서 확진자가 나왔음에도 한국 교회는 자발적 집회 중단에 협조하고 있다”며 “시장이나 백화점, 극장과 학원에서 확진자가 나왔다고 전국 동종 업체들에 문을 닫을 것을 요구하지 못하는 국회가 교회에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가톨릭과 불교 등 다른 종교에 비해 통일적으로 보이지 못하는 개신교 대응에는 개교회주의(個敎會主義)라는 시스템 차이도 크게 작용한다고 분석한다. 철저한 교구장 중심제를 취하는 가톨릭은 해당 교구장인 주교가 인사 행정 재정 사목 등 전 분야에서 전권을 행사하고 책임도 진다. 반면 개교회주의는 개별 교회의 독립성을 최우선으로 여겨 단일 행동에 어려움이 크다.
교계에 따르면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교단은 40여 개, 각종 연합단체 가입 교단은 200여 개다. 한교총을 비롯해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한국교회연합(한교연)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같은 협의체가 있지만 개별 교회와 수직 관계는 아니다. 연합단체들이 잇달아 온라인 예배를 제안했지만 큰 영향을 끼치지는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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