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로라하는 한국인 음악가의 음반, 모두 제 손을 거쳤지요”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3월 11일 03시 00분


‘녹음 장인’ 톤마이스터 최진

최진 씨는 “톤마이스터는 연주가에게 감상자를, 감상자에게 연주자를 대변하는 존재”라고 말했다. 최진 씨 제공
최진 씨는 “톤마이스터는 연주가에게 감상자를, 감상자에게 연주자를 대변하는 존재”라고 말했다. 최진 씨 제공
최근 발매된 첼리스트 이정란 앨범, 지난해 피아니스트 임동민, 2018년 서울시향 애국가 음원, 2016년 롯데콘서트홀 개관기념 앨범…. 톤마이스터(녹음감독) 최진(47)의 손을 거친 음반과 녹음이다.

함께 작업한 ‘한국인’ 음악가만 한번 꼽아보라고 했다. 조수미 정명훈 백건우 손열음…. 한동안 침묵이 이어졌다.

“그동안 작업한 게 많아서…. 누군가를 잊고 얘기 안 하면 실례가 될 것 같아서요.”

그는 9일 경남 통영으로 향했다. 통영국제음악당에서 진행 중인 피아니스트 손민수의 베토벤 소나타 전곡 녹음을 위해서다. 이어 첼리스트 김민지, 피아니스트 백건우의 슈만, 테너 김세일의 슈만 가곡 등 빈틈없이 일정이 잡혀 있다. 지난주에는 첼리스트 고티에 카퓌송의 녹음을 위해 프랑스 파리에 다녀왔다.

최진은 서울대에서 호른을 전공했고 지휘를 공부하러 20대에 독일로 유학을 떠났다. 하지만 톤마이스터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방향을 바꿔 뒤셀도르프 슈만 음대에서 레코딩 엔지니어링을 전공했다.

2002년 그가 녹음을 맡아 음반사 헨슬러에서 내놓은 존 피오레 지휘 뒤셀도르프 교향악단의 슈트라우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음반이 여러 음악 전문지의 찬사를 받으면서 자신을 얻었다. 10년 동안 독일을 거점으로 활동하다가 2012년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 스튜디오를 열었다. 녹음은 전 세계를 다니며 하고 믹싱, 편집 등 녹음후(後) 과정을 여기서 진행한다.

“1960, 70년대에는 큰 음반사가 녹음 장비를 개발하고 유명 톤마이스터들이 음반사에 소속됐죠. 오늘날에는 장비가 비슷해졌고 톤마이스터가 프리랜서로 활동합니다. 그래서 음반사가 가진 고유의 색깔은 적어졌죠.”

그는 도이체 그라모폰(DG), 워너 클래식스 등 세계 최대 음반사들과 작업하고 있다. 톤마이스터는 악보에 대해 지휘자만큼, 때로 지휘자 이상 알아야 한다. 배워야 할 것도 많다.

“관현악법, 화성학 등 음악 지식은 물론이고 모든 악기의 특성을 알아야 녹음이 난관에 부딪쳤을 때 바르게 해결할 수 있습니다. 수학과 전자공학에도 능통해야죠. 하지만 이론에 앞서 이 모든 것이 몸에 배어야 합니다.”

녹음 전 악보를 검토하는 최진 씨(왼쪽). 톤마이스터는 연주되는 악보를 꿰뚫고 있어야 한다.
녹음 전 악보를 검토하는 최진 씨(왼쪽). 톤마이스터는 연주되는 악보를 꿰뚫고 있어야 한다.
그는 녹음도 매년 발전한다고 말했다.

“3D(입체음향) 녹음 발전을 위해 독일 프라운호퍼 연구소와 함께 작업하고 있어요. 소리가 몸을 감싸듯이 들립니다. 2018년 말에는 독일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에서 열린 송년음악회 녹음에서 녹음 총괄을 맡았죠. 당시 100개 넘는 마이크로 녹음했습니다. 데이터도 100개 멀티채널로 저장합니다.”

국내에서 녹음하기 좋은 공간을 귀띔해달라고 했다. 실내악에서 작은 오케스트라 규모의 경우 통영국제음악당이 최고라고 그는 말했다. 서울 롯데콘서트홀은 잔향이 충분해서 큰 손질 없이 좋은 소리를 잡아낼 수 있다.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은 공간이 커서 큰 규모의 곡을 잘 들려준다. 성당이나 교회 중에도 좋은 음향으로 알려진 곳들이 있지만, 자동차 소리 같은 외부 소음을 차단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고 한다.

오늘날 무명 연주자들도 유튜브 등을 통해 자유롭게 연주를 공개하는 시대가 됐다. 프로 연주자들의 녹음도 스트리밍 서비스로 많이 소비된다. 톤마이스터의 역할은 어떻게 될까.

“3D 녹음을 비롯해 고품질 다중채널 녹음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아마존닷컴이 3D 서비스를 시작했고, 거실에 놓는 스마트스피커로 3D 음향을 구현하는 기술도 나오고 있습니다. 고품질 녹음의 수요는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겁니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톤마이스터#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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