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시에 발묶인 인상파 컬렉션…코로나19가 바꿔놓은 미술계 풍경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3월 12일 16시 28분



모네, 세잔, 밀레, 드가, 마티스…. 미국 뉴욕 브루클린미술관의 인상파 소장품 59점이 국내에서 오도 가도 못한 채 발이 묶여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때문이다. 해외 작가가 참여하는 국제 기획전도 각국의 입국 금지 조치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무기한 휴관에 돌입한 공공 미술관들은 공백을 메우기 위해 온라인 컨텐츠를 강화하고 있다. 미술계가 코로나19에 대처하는 풍경들이다.

●중국 가려던 순회전 발 묶여

브루클린미술관의 인상파 컬렉션은 ‘프렌치모던: 모네에서 마티스까지, 1850-1950’전을 위해 경기 고양아람누리 아람미술관을 찾았다. 지난달 21일 개막한 전시는 코로나19가 본격 확산되자 나흘 만에 문을 닫았다. 6월 29일까지 100일간 관객 7만 명을 목표로 기획된 이번 전시는 31일까지 잠정 휴관하지만 4월 개최 여부는 미지수다.


‘프렌치모던’전은 2017년부터 미국, 캐나다, 제주도립미술관(지난해)에 이어 고양시를 찾은 국제 순회전이다. 세잔을 연상케 하는 앙리 마티스(1869~1954년) 초기 풍경화 ‘말라브리의 십자로’, 파도가 들이치는 노르망디 해안을 그린 클로드 모네(1840~1926년)의 ‘밀물’, 감각적 드로잉이 돋보이는 에드가 드가의 ‘몸을 닦는 여성’ 등을 볼 수 있다. 저평가된 여성 작가 베르트 모리조(1841~1995년) 작품도 포함된, 작지만 알찬 컬렉션이다.

어렵게 가져온 작품이 ‘격리’ 신세에 처하며 미술관도 난감해졌다. 통상 상업 기획사와 공동 주최하던 관행을 깨고 지방자치단체 예산으로 개최했다. 지역 주민에게 입장료 50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에 좋은 작품을 보여준다는 취지였다. 차기 개최지인 중국 상하이도 코로나19로 개최 여부가 불투명하다.

브루클린미술관은 한국에서 다른 개최지를 물색하고 있지만 갑작스럽게 새 예산을 편성해야 하는 등의 문제로 기관들이 쉽게 나서지 못하고 있다. 작품들의 다음 행선지도 코로나19의 추세에 달려있는 셈이다.

유희경 고양문화재단 교육전시팀장은 “취소된 단체 관람 등을 감안하면 약 2만2400명이 관람을 못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며 “코로나19 사태가 조속히 마무리돼 그 후라도 많은 시민이 찾아주길 바라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온라인 강화’ 나서는 공공 미술관

22일까지 휴관을 연장한 국립현대미술관(MMCA)은 해외 작가 입국에 온 신경을 쓰고 있다. 다음 달 말 예정된 아시아 기획전 ‘2020 또 다른 가족을 찾아서’는 중국 일본 대만 등 아시아 작가가 참여한다. 다음 달 중순에는 작가들이 입국해야 하는데 일본에 대한 입국 제한 조치가 문제다. 윤승연 MMCA 홍보관은 “아직 준비에 차질은 없지만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재개관 시기가 불투명한 만큼 미술관들은 온라인 컨텐츠를 강화해 공백을 메우려 하고 있다. MMCA는 설치는 완료했으나 개막이 미뤄진 ‘미술관에 書: 한국 근현대 서예’전의 유튜브 영상을 준비하고 있다.

서울시립미술관(SeMA)도 지난달 25일 무기한 휴관을 결정하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게시물을 1.5배로 늘렸다. 특히 8일까지 열릴 예정이던 ‘강박²’전의 못 다한 이야기를 온라인 전시 투어로 대신해 호응을 얻었다. 12일 SeMA에 따르면 페이스북 페이지는 최근 7일 새 조회수는 350% 증가했고, 인스타그램 팔로워도 700여 명 늘었다. ‘강박²’전의 온라인 전시 투어 게시물은 인스타그램 계정 최다 조회수(1만3000회)를 기록했다. 장세희 홍보담당 큐레이터는 “온라인 반응이 좋아 시민의 질문에 큐레이터가 답하고 소장품을 소개하는 ‘SeMA 링크’를 기획해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온라인 전시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온라인 미술품 감상은 이전에도 가능했다. 피렌체 우피치미술관,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미술관 등의 소장품을 소개하는 구글 ‘아트 앤 컬처’ 프로젝트가 시작한 것이 2011년이다. 각 국 공공 미술관도 소장품을 온라인에 고화질로 공개하고 있다.

결국 온라인은 작품을 눈에 익히는 ‘사전 관람’, 혹은 ‘관심 유도’ 용으로 보는 것이 정확하다. 윤승연 홍보관은 “올 하반기에는 가상현실(VR) 컨텐츠를 준비 중이다. 이들은 관객의 미술관 방문을 독려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김민기자 kimmi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