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싱글 시대에 웬 ‘더블앨범’?… 두 장 CD-LP로 만든 음반 물결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3월 17일 03시 00분


“팬덤 확실한 뮤지션만 기획 가능”

그룹 서카 웨이브스(왼쪽 사진)와 그들의 더블앨범 표지. 강앤뮤직 제공
그룹 서카 웨이브스(왼쪽 사진)와 그들의 더블앨범 표지. 강앤뮤직 제공
디지털 싱글의 시대에 더블앨범이 다시 물결을 이루고 있다. 더블앨범은 두 장의 CD, 또는 두 장의 LP로 구성된 음반. 하나의 앨범도 싱글이나 미니앨범으로 쪼개서 내는 요즘 시장 상황에서 더블앨범 발매는 독특한 선택이다.

국내외 음반업계에 따르면 미국의 유명 록 밴드 스매싱 펌프킨스가 곧 21곡을 담은 더블앨범을 내놓는다. 1990년대를 대표하는 명반 ‘Mellon Collie and the Infinite Sadness’(1995년) 이후 15년 만의 ‘통 큰’ 귀환이다. 펌프킨스는 당시 더블앨범은 상업적으로 무모한 시도라는 편견을 깨고 빌보드 앨범차트 1위를 차지해 파란을 일으켰다. 리더 빌리 코건의 지휘 아래 제임스 이하, 지미 체임벌린 등 전성기 멤버들이 의기투합한 데다 코건이 “영화 같은 콘셉트하에 제작했다”고 설명하고 있어 록 팬들이 벌써 열광하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영국 밴드 콜드플레이가 4년 만의 신작 ‘Everyday Life’를 더블앨범으로 내 화제를 모았다. 전반부 8곡은 ‘Sunrise’, 후반부 8곡은 ‘Sunset’을 부제로 달았다. CD는 한 장에 담았지만 LP는 두 장짜리로 만들었다. 두 개의 이야기를 따로 발표해 합치는 방식도 있다. 미국 싱어송라이터 모지스 섬니는 지난달 신작 ‘græ: Part 1’을 낸 데 이어 5월 ‘græ: Part 2’를 내는 식으로 시간차 더블앨범을 완성할 계획이다. 영국 밴드 서카 웨이브스는 13일 4집 ‘Sad Happy’를 더블앨범으로 냈다. 1월 7곡짜리 ‘Happy’를 먼저 공개한 뒤 두 달 만에 나머지 신곡으로 15곡을 채워 완성본을 낸 것. 리더 키런 슈돌은 행복과 슬픔이라는, 극단적으로 갈라진 두 개의 세계에 동시에 살고 있는 현대인을 음반에서 다뤘다.

국내에서도 이런 대담한 시도가 성공한 사례가 있다. 백예린은 1월 신작 ‘Every letter I sent you.’를 18곡짜리 더블앨범으로 내 주요 음반 종합차트 10위권에 들었다. 아이돌 그룹도 종종 더블앨범을 낸다. 2018년에는 방탄소년단이 ‘LOVE YOURSELF 結 ‘Answer’’를 26곡짜리 더블앨범으로 냈다. 아이돌의 경우 그간 이어온 연작을 한 번에 종합하면서 신곡이나 리믹스 버전을 추가하는 ‘리패키지’ 형태를 즐겨 쓴다. 김윤하 대중음악평론가는 “더블앨범은 디지털 시대에 홍보와 청취에 있어 집중력을 떨어뜨릴 위험이 있다. 스스로 보여주고픈 음악적 야망이 강하면서도 팬덤이 확실한 이들만이 기획할 수 있는 음반”이라고 했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더블앨범#콜드플레이#백예린#방탄소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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