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의 핵심은 ‘우리’… 내편 네편 나누는 현실 안타까워”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3월 18일 03시 00분


‘노자81장’ 펴낸 윤재근 교수

윤재근 한양대 명예교수가 16일 서울 광진구 자택의 서재에서 올 초 펴낸 ‘노자81장’(전 2권)을 가슴에 안고 있다. 살아온 지 34년 된 집의 서재에 노장사상의 대중화를 지향해온 윤 교수의 손때가 묻어나는 듯하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윤재근 한양대 명예교수가 16일 서울 광진구 자택의 서재에서 올 초 펴낸 ‘노자81장’(전 2권)을 가슴에 안고 있다. 살아온 지 34년 된 집의 서재에 노장사상의 대중화를 지향해온 윤 교수의 손때가 묻어나는 듯하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너하고 내가 하나일 때 우리라고 하잖아요. ‘우리’가 말하자면 노장(老莊)사상의 가장 이상적인 낱말입니다. 조선시대 백성의 두레도 우리랑 같은 거예요.”

84세의 학자는 내 편, 네 편 나뉘어 서로 눈을 흘겨대는 현실이 못내 안타까운 듯했다. 30년 넘게 노자 장자 공자 맹자 같은 동양사상의 대중화에 힘써온 윤재근 한양대 명예교수가 올 초 ‘노자81장’(동학사)을 펴낸 까닭에는 이 같은 답답함도 들어 있다.

16일 서울 광진구 자택에서 만난 윤 교수는 “요새 우리가 사는 게 힘든 이유가 뭐냐 하면 다 상쟁(相爭·서로 다툼)하려고 한다. 그러다보니 상해(相害·서로 해침)하는 것이다. 나 잘살려면 남이 못살아야 한다는 생각이 잠재된 것”이라고 말했다. “(진영논리에 빠진 사람들이) 왜 불쌍한 줄 아세요? 머릿속에 상쟁밖에 없어요.”

불교 경전 속, 머리는 두 개지만 몸뚱이는 하나인 새 ‘공명(共命)’의 한쪽 머리가 다른 머리를 시기해 독을 먹고 함께 죽는 우화를 떠올리게 하는 현실. 이에 대한 해법을 노학자는 ‘노자’에서 찾고자 한 것이다. 다만 남이 떠주는 것이 아니라 노자라는 우물에서 독자 스스로 샘물을 길어 올리길 바란다.

1, 2권 합쳐 2100페이지에 이르는 ‘벽돌책’이지만 각 장, 구문(句文)마다 독자가 스스로 새겨 의미를 찾아 읽을 수 있도록 했다. 해독(解讀)에 더 도움이 될까 싶어 영문법까지 동원했다. 책 두께에 지레 겁먹지 않는다면 도전해볼 만하다.

“성인(聖人)은 모든 사람을 할아버지가 손자 보듯 해요. 할아버지가 손자한테 하는 말인데 노자나 공자가 어렵게 말했을 리가 없어요.”

윤 교수는 화전민촌보다 더 깊고 높은 산중 산인촌(山人村)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채약(採藥·약초나 약재를 캐는 일)하는 사람인 산인은 ‘동의보감’ ‘본초강목’ 등을 읽어야 했다. 그래서 단 7가구가 살았지만 마을에 서당이 있었다. 윤 교수는 서당에서 한문을 배운 이래 노자 장자 공자 맹자를 읽으면 할아버지를 만나는 것처럼 마음이 편했다.

1990년 54세가 돼서야 100만 부 이상 판매한 ‘학의 다리가 길어도 자르지 말라’를 출간한 데에는 이렇게 편하고 쉬운 노장사상을 어렵게만 느껴지게 하는 기존 학계에 질렸기 때문이기도 하다. 윤 교수는 “부디 문학하는 분들은 노자 2장을 꼭 읽어 달라”고 청하기도 했다. 미추(美醜), 선악(善惡)을 대립적인 것으로 양변(兩邊)하지 말라는 내용이다.

그럼 상쟁은 어떻게 해소할까. 그는 81번째 장 ‘불해부쟁(不害不爭)’을 꼽았다. 서로 해치지 말고 다투지 말라, 그러면 네 마음이 제 길을 간다는 것. 이는 만족할 줄 아는 것(知足)이다. 온갖 욕망을 내려놓고 한순간만이라도 내가 나를 마주해 보라는 얘기다. ‘나를 이롭게 하기 위해 꾀를 부리는 짓’인 작위(作爲), 그것이 없는 무위(無爲)의 궁극이기도 하다. 윤 교수는 “무위는 영어로 ‘last freedom’, 더할 바 없는 자유라는 뜻”이라고 했다. 우리는 진정 자유로운가.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노자81장#윤재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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