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젬마의 렛츠콜라보!]뭉크-르누아르 그림으로 본 거리 두기와 거리 좁히기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3월 25일 03시 00분


뭉크의 ‘절규’
뭉크의 ‘절규’
콜라보라는 말이 난무한다.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콜라보라고들 한다. 내 옆에 네가 있다고 너와 나의 콜라보라고들 한다. 김밥 안에 햄이 있다고 김밥과 햄의 콜라보란다. 콜라보라는 정의는 그저 같이 있다는 것이 아니다. 과자 옆에 우유가 있다고 과자와 우유의 콜라보라 할 수는 없다.

그 대상이 함께하여 뭔가 새로움을 내놓을 목표를 전제한 결과도출의 파트너십이어야 한다. 새로운 이슈나 브랜딩 도출을 위한 목적으로 그에 걸맞은 존재감의 과자와 우유가 만나서 목표를 공유하고 성과를 낼 때 그 둘은 콜라보 파트너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콜라보란 무엇을 위해 둘이 함께 한 것인지, 그 둘의 결합으로 무언가 새로움을 도출해낸다는 목표가 전제되어야하는 것이다. 콜라보의 생명은 새로움을 향한 목표공유의 만남이며, 섞이고 엉키고 부대껴서 뭔가 새로움을 내놓는 방법인 것이다.

최근 사회적 거리두기의 캠페인 시국에 뭔가 함께한다는 콜라보가 어울리지 않는 것만 같은 분위기다. 뭉크의 절규를 보니 어찌나 이 시국과 딱 떨어지는지, 세상은 바이러스로 출렁이고, 너나 없는 공포와 불안감에서 하루하루가 절규와 같다. 비록 귀를 막고 다리위에서 외침을 내뱉지는 않지만, 현재의 우리는 모두가 저런 모습처럼 보이지 않는지….

지금은 왠지 같이하기보다는 혼자하기, 함께보다는 독립이 강조되는 것만 같지만, 생각해보면 우리는 다함께 같은 목표를 향해 협업하고 있는 것이고, 또한 그 협업이 세계가 주목하는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기도 하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모두가 사회적 거리두기에 동참중이고, 사실상 그 파트너처럼 공존하는 일상의 거리 좁히기가 존재하고 있다. 그 반대의 긍정적 부분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사회적 거리두기는 불가능할지도 모를 일이다.

비록 상대적으로 집안에 갇혀 보내는 시간들이 늘어나면서 찾아낸 궁리고 방향성이지만, 거리두기만 강조하기보다 그로 인한 다른 한편의 가치를 맞붙여 정진한다면 다소 부정적인 사회적 거리두기의 이미지는 효율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르누아르의 ‘피아노 치는 소녀들’
르누아르의 ‘피아노 치는 소녀들’
르누와르 그림 속 풍경처럼 평화롭고 아름답고 정겹고 사랑스럽고 여유로운 일상이 우리의 자리로도 스며들기 시작하지 않았는가. 아이는 어쩔 수 없이 학교를 못가고 있지만, 그 아이를 들여다보고 함께하는 시간이 늘었고, 또 최근 왜 이리 피아노를 시작했다는 이들이 많은지, 아마도 어릴 적 젤 만만하게 경험했던 악기가 피아노이고, 추억인지 미련인지, 만만하게 재도전장을 던지는 분야가 피아노여서인 것도 같다.

언젠가는 다시 시작해야지 하면서 미루었던 많은 일들을 지금 시작하는 이들이 많다. 독서, 운동, 요리, 서예, 영어 등등 그리고 집에서 독학으로…유튜브를 보면서. 이 서로 다른 그러나 맞물린 현상 덕에 우리는 새로운 일상을 재창조해나가고 있는 것이기도하다.

그간 외부로 몰리고, 자신을 보살필 시간도 없고, 늘 뒤로 미루었던 것들을 살피고 챙기고 정리하기 시작했다고들 한다. 최근 SNS 에서는 지난 추억의 사진들을 올리는 이들이 늘어났다. 그간의 자료들이나 사진들을 정리하고 들여다보고 있다는 증거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주머니도 가벼워지고, 일도 일상도 침울해졌고, 불안과 공포, 두려움과 무료함이 커지기도 했지만, 어쩔 수 없이 치닿은 본 현상에서 우리가 들여다보고 챙길 공존의 파트를 반드시 살펴 볼 일이다.

뭉크의 절규와 같은 사회적 분위기속에 집안으로 스며든 르누와르 그림을 닮은 자아실현과 자기계발의 시간들.

참으로 다른 두 점의 작품이 공존의 스토리로 나란히 붙여 보여주는 불협화음의 공존, 그리고 그것을 의식하고 의도하고 콜라보하며 나아가면 좋겠다는 현실개척의 동력으로. 서로 다른 두 점을 나란히 바라본다. 이전에는 해보지 않았던 시도이다. 명화콜라보. 게다가 저 두 작품이 그려진 시기도 같은 년도인 점도 오묘하다. 어느 한쪽 치우침 없이 바라보고 보태고 협업하며 만들어낼 우리 미래의 긍정적 뉴라이프를 위해 가려진 긍정의 공존 에너지를 꺼내본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함께하고 있는 일상의 거리 좁히기. 지금 좁아지고 밀착된 나의 일상의 소중한 것들은 무엇인가. 서로 다른 두 현상을 잘 버물려서 내 스스로는 해내지 못했던 일상의 밸런스를 찾고 주도적이며 긍정적인 미래설계의 동력이 되도록 바라볼 일이다.

한젬마 크리에이티브 디렉터·화가
#코로나19#사회적 거리두기#뭉크#절규#콜라보#르누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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