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언제쯤 우주를 이해할 수 있을까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3월 28일 03시 00분


◇코스모스: 가능한 세계들/앤 드루얀 지음·김명남 옮김/464쪽·2만2000원·사이언스북스

“과학이 예술처럼 그 사명을 진실하고 온전하게 수행하려면 대중이 과학의 성취를 표면적 내용뿐 아니라 더 깊은 의미까지도 이해해야 합니다.”

1939년 미국 뉴욕 세계박람회 개막식에서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한 이 말을 이 책의 저자 앤 드루얀과 그의 남편 칼 세이건(1934∼1996)만큼 실천한 과학자는 드물 것이다. 칼 세이건은 1980년 독보적인 과학서적 ‘코스모스’와 동명의 TV 다큐멘터리로 과학과 대중 사이의 벽을 허물었다. 당시 그의 곁에서 천문학자 스티븐 소터와 함께 다큐멘터리의 시나리오를 썼던 앤 드루얀은 2014년 ‘코스모스: 스페이스타임 오디세이’라는 속편 다큐멘터리를 제작했고 코스모스 출간 40주년을 맞는 올해 이 책을 펴냈다.

코스모스가 ‘우주를 이해하겠다는 열망’으로 가득 찬 칼 세이건의 큰 메시지를 서사시처럼 내보였다면, 앤 드루얀의 이 책은 ‘우리 자신과 우리가 소속된 더 큰 자연을 이해하는 일은 끝을 보려면 아직 멀었다’는 겸손을 바탕으로 지난 40년간의 과학적 성과를 포개어 우주와 생명, 과거와 미래 그리고 인간의 이야기를 섬세하게 풀어낸다.

‘인류가 미래를 위해 농업을 발명한 이야기’에서부터 ‘생명이 불가능해 보이는 고난들을 이겨낸 이야기’, ‘과학 덕분에 스스로 중심이고 싶어 했던 유치한 희망을 덜어낸 이야기’, ‘다른 생명체에게도 의식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이야기’, ‘마침내 우주의 망망대해로 진출한 이야기’ 등이 13개 장에 담겼다. 유리 콘드라튜크, 카를 폰 프리슈, 니콜라이 바빌로프같이 잘 모르던 과학자의 이야기가 가미돼 논픽션 같은 흥미를 준다.

저자는 ‘수조 개의 다른 세계 중 하나에 불과한 창백한 푸른 점’ 위의 존재라는 사실을 깨달은 인류가 지금은 그 지구에 대재앙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경고한다. 하지만 과학의 선의(善意)를 하나의 신념 체계로 내면화해 후세에 대한 책임감을 갖는다면 희망은 있다고 강조한다.

정확한 설명과 함께 적재적소에 배치된 200장에 이르는 사진 그림 상상도를 일별하는 것만으로도 또 다른 책 한 권을 읽은 듯한 충만감을 준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코스모스: 가능한 세계들#앤 드루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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