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고(Tango)’는 하나의 심장과 네 개의 다리로 추는 춤이죠.”(오인영·오딜·46·여)
약 100년 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항만에서 탄생한 탱고는 거장 피아졸라를 거치며 세계적인 춤이 됐다. 공교롭게 그가 사망한 1992년 개봉한 영화 ‘여인의 향기’는 다시금 탱고 붐을 일으켰고 지금도 전 세계 ‘밀롱가’(탱고 공연장 또는 모임)에서는 격정적 스텝이 멈출 줄 모른다.
지구 반대편 한국에서도 탱고 스텝은 계속된다. 이번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밀롱가를 벗어난 탱고가 펼쳐진다. 국내 톱클래스 탱고 마스터 오인영 선해석(호세루이스·41)이 유튜브 생중계를 통해 31일 관객과 만난다. ‘탱고의 웜홀’을 거쳐 안방 관객들을 부에노스아이레스로 초대할 예정이다.
서울 마포아트센터에서 26일 만난 두 사람은 “밀롱가를 벗어나 온라인 관객 앞에서 춤을 추는 건 처음이다”라며 “심장으로 교감하는 탱고의 격정을 랜선 너머로 전하고 싶다”고 했다.
두 사람은 서로에게 최고의 댄스 파트너이자 배우자다. 각자 다른 분야에서 일하다 탱고를 배우며 만났다. 프로댄서가 되기로 마음을 굳히고 2009년 신혼여행 대신 아르헨티나로 탱고 유학을 떠났다. 그곳에서 ‘젊은 탱고’ 붐을 일으킨 하비에르 로드리게스를 사사했다.
이후 이들은 탱고 마스터로 활약하며 아르헨티나 유명 밀롱가와 한국, 유럽, 아시아에서 활약 중이다. 오인영은 “요즘 댄스홀이 다 문을 닫아도 부부는 집에서 연습할 수 있는 게 장점”이라며 웃었다.
다수의 관객과 만나는 이번 공연은 유럽·미국식 탱고와 다른 아르헨티나 정통 탱고를 알릴 기회다. 선해석은 “흔히 고개를 격렬하게 돌리는 유럽식 탱고를 떠올리지만 정통 탱고는 서로의 상반신, 심장을 맞댄 채 시선을 고정하며 추는 춤”이라며 “초 단위로 달라지는 스텝과 눈빛을 주목해 달라”고 했다.
탱고는 남성 댄서의 ‘리드’와 여성 댄서의 ‘팔로’가 만들어내는 즉흥적 장르다. 이 때문에 여성이 수동적이라는 인식이 있다. 이에 선해석은 “팔로는 ‘제안을 받아 결정한다’는 뜻이라 사실 주도권은 여성에게 있다. 완전히 다른 개성을 지닌 두 남녀가 미묘하게 호흡을 맞춰 가는 과정이 탱고의 어려운 점이자 매력”이라고 설명했다.
두 사람은 탱고 본고장에 ‘K탱고’ 바람을 일으키기도 했다. 15년 넘게 탱고를 추며 한국인 발에도 맞는 신발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슈즈브랜드 ‘오딜(Odile)’을 만들었다. 지금은 해외 유명 댄서도 즐겨 찾는 신발이 됐고 아르헨티나와 유럽에 연간 1000켤레 이상 수출한다.
이번 공연에는 국내 유일의 탱고 오케스트라 ‘띠에라’ 연주에 맞춰 세계 최고 권위의 아르헨티나 메트로폴리탄 탱고대회 파이널리스트 펠린과 미겔도 함께 무대에 선다.
오인영은 “한국을 ‘아시아의 부에노스아이레스’라 할 정도로 한국인은 탱고의 격정과 잘 맞는다. 탱고를 잘 몰라도 격정과 스릴을 단번에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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