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올린으로 연주하는 구노의 ‘아베마리아’ 선율이 병원 복도에 잔잔히 울려 퍼졌다. 음압격리병동 침상에 누운 가족 세 사람은 때로 고개를 끄덕거리며 귀를 기울였다.
27일 오전 11시 경기 고양시 명지병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를 위한 국가지정 음압격리병상이 운영되고 있는 이곳을 바이올리니스트 원형준(린덴바움 페스티벌 음악감독)이 찾았다. 코로나19 환자들을 위한 ‘베드사이드 콘서트’ 현장이었다.
연주는 음압격리병상 옆의 간호사 데스크에서 열렸다. ‘아베마리아’와 엘가 ‘사랑의 인사’ 등 두 곡의 연주는 10여 분 동안 병원 모니터를 통해 음압병동 침상으로 전달됐다. 음압병동에 입원 중인 환자 아홉 명 중 상대적으로 증상이 가벼운 한 방의 가족 세 사람이 연주를 감상했다. 이 가족은 동남아에서 결혼해 이주해온 엄마와 한국인 아빠, 아이가 모두 확진 판정을 받았다. 친정에서 달려온 외할머니도 함께 투병 중이다. 아빠는 다른 병원에서 투병 중이라고 병원 관계자는 전했다.
콘서트를 감상한 가족들은 “병원 생활이 지루하고 특히 세상에서 고립돼 있다는 두려움이 컸는데 아름다운 연주를 통해 힘을 얻었고 세상이 우리를 배려해 준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원 감독은 이날 오후 2시 이 병원 1층 로비에서도 ‘코로나19 박멸 로비음악회’를 열었다. 그는 “사회적 거리 두기와 고립 속에서도 음악을 통해 사람들 사이의 감정적 연결을 유지하자는 메시지를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콘서트를 함께 기획하고 이날 디지털 피아노 반주도 맡은 이소영 명지병원 예술치유센터장은 “답답한 격리병실 속에서 코로나19와 싸우는 환자들의 안정에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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