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은 8일 경기도 용인시 하갈동 소재 신갈 선영에서 고(故) 조양호 회장 1주기 추모행사를 진행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회사 차원 대규모 행사는 열지 않았다. 이번 추모식에는 조 회장 가족 등 그룹 관계자 90여명이 참석했다.
조양호 회장은 지난 1974년 대한항공에 몸담은 이래 반세기 가까이 대한항공을 글로벌 항공사로 이끄는데 모든 것을 바친 항공 업계 선구자로 평가받는다. 국내 항공 산업 방향성과 비전을 제시한 인물로 대한항공을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시켜 대한민국 항공 산업 위상 제고에 기여했다. 또한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와 성공적인 개최에도 힘을 보태는 등 다양한 부문에서 민간외교관 역할을 하면서 국격을 높이는데도 일조했다.
조 회장은 대한항공 입사 후 45년 동안 정비와 자재, 기획, IT, 영업 등 항공 업무 관련 실무 분야를 거쳐 1999년 대한항공 회장에 올랐다. 2003년부터 한진그룹 회장직을 맡았다. 특히 세계 항공 업계가 무한 경쟁을 시작하던 당시 항공동맹체 ‘스카이팀(SkyTeam)’ 창설 주도로 맞섰고 항공사 경영 위기를 과감한 투자로 대응했다. 특히 1997년 외환 위기 당시 자체 소유 항공기 매각 후 재 임차를 통해 유동성 위기를 극복했으며 외환 위기가 정점이었던 1998년에는 유리한 조건으로 주력 모델인 보잉 737 항공기 27대를 구매하는 파격적인 투자를 이어갔다. 글로벌 항공산업이 침체의 늪에 빠진 2003년에는 이 시기를 기회로 보고 차세대 항공기로 여겨졌던 에어버스 A380 항공기 구매계약을 맺기도 했다. 이러한 항공기 투자는 대한항공 성장의 기폭제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다. 작년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연차총회의 국내 개최에도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항공업계 UN회의’로 불리는 IATA 연차총회는 개최국 항공 산업 위상을 방증하는 성과로 평가받는다. 연차총회가 서울에서 열리기 전 조 회장은 IATA 최고 정책 심의 및 의결기구인 집행위원회(BOG) 위원을 역임했고 2014년부터는 31명의 집행위원 중 별도 선출된 11명으로 이뤄진 전략정책위원회(SPC) 위원도 맡았다. 세계 항공 산업의 정책적 결정이 이뤄지는 곳에서 대한민국의 목소리가 높아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생전 조 회장은 최고경영자라면 시스템을 잘 만들고 원활하게 돌아가게끔 조율하는 오케스트라 지휘자와 같은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이러한 정신에 입각해 조 회장은 대한민국 항공 산업을 하나의 오케스트라를 이끌면서 하모니를 만드는 지휘자 역할에 매진했다. 또한 조 회장은 현장 중심 경영을 줄곧 고집해 온 인물이기도 하다. 절대 안전과 고객중심 서비스 구현을 위해 서비스 현장을 돌아보는 데 많은 시간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진그룹 관계자는 “조양호 회장이 위기를 극복하고 대한항공을 글로벌 항공사로 우뚝 설 수 있게 만든 노하우와 이를 위해 흔들리지 않고 쌓아온 경영철학은 세월이 흘러도 변치 않는 절대 가치가 되고 있다”며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항공업계가 위기에 빠진 현재 1주기를 맞은 조 회장의 경영철학과 걸어온 길들이 다시금 조명 받는 이유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동아닷컴 김민범 기자 mb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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