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5개월 만에 새 앨범을 내고 돌아온 밴드 ‘줄리아 하트’. 왼쪽부터 송무곤(기타·보컬), 유병덕(드럼·보컬), 김나은(기타·보컬), 정바비(기타·보컬), 정주식(베이스). 줄리아 하트 제공
7집 앨범 표지.“누구나 아는 건 아니지만 그래서 더 자기 취향을 분명히 보여줄 수 있는 팀 있잖아요. 초면이라도 ‘어, 줄리아 하트 아세요? 저도 좋아하는데!’ 하며 바로 ‘절친’이 될 수 있는 팀이 되길 바랐어요. ‘어, 저도 콜드플레이 좋아하는데!’만으로 절친이 될 수는 없잖아요?”(정바비)
인디 밴드 ‘줄리아 하트’가 결성 20년을 맞았다. 인기 가수든, 인디 밴드든 변덕스러운 음악계에서 두 세대를 버티기란 쉽지 않다. 최근 7집 ‘Faraway’를 냈다. 9일 오후 찾은 서울 마포구 작업실 벽에는 밴드 ‘비치 보이스’와 ‘램프’의 포스터가 걸려 있었다.
줄리아 하트는 2000년 결성됐다. 밴드 ‘언니네 이발관’ 기타리스트였던 정바비가 “(영국 밴드) ‘틴에이지 팬클럽’ 카피 밴드 할 사람!” 하고 PC통신 ‘모소모’(모던록 소모임)의 지인들을 모집한 게 발단이다.
그들의 음악은 ‘기타 팝’ 장르다. 기타 연주를 중심으로 예쁜 멜로디, 서정시 같은 가사를 뿜는다. 기타 사운드는 초여름 물결처럼, 선술집 주렴처럼 찰랑인다. 듣는 이의 손목을 엽편 소설 같은 색색깔 노래의 방 안으로 잡아끈다.
“앨범마다 팔색조처럼 변하는 것도 멋있지만 1집 노래와 10집 노래가 분간이 안 될 정도로 그만의 스타일이 일정한 팀을 좋아해요. 줄리아 하트도 그렇죠.”(정바비)
팀명은 드루 배리모어 주연의 미국 영화 ‘웨딩 싱어’(1998년)에서 따왔다.
“영화 속 배리모어는 딜레마에 빠져요. 돈 잘 버는 나쁜 남자와 결혼하면 줄리아 굴리아가, 일등 신랑감은 아니지만 로맨틱한 남자와 결혼하면 줄리아 하트가 되죠.”
앨범 제목 ‘Faraway’는 첫 곡 ‘슬픔으로부터 가능한 멀리’에서 나왔다. 정바비는 “한때 슬픔에 잠식됐던 사람이 ‘이제는 행복해’라고 노래하는 느낌을 원했다. 듣고 있으면 기쁘고 웃음이 나는 음반을 만들려 했다”고 했다.
줄리아 하트의 정규앨범 중 처음으로 정바비 말고 유병덕 김나은도 한 곡을 작사 작곡했다. ‘밤산책’을 쓴 유병덕(드럼, 보컬)은 “부제가 ‘코모레비’다. 나뭇잎 사이로 쏟아지는 햇빛을 뜻하는 일본어다. 낮에만 있는 코모레비가, 정말 환상적인 밤 산책이라면 가능하리라는 상상을 했다”고 했다.
전자악기가 주도하는 요즘의 팝(대중음악) 제작 환경에서 ‘기타 팝’은 이율배반적인 단어다. 방탄소년단의 곡에도 참여한 정바비, 그가 기타 팝을 고집하는 이유가 뭘까.
“기타는 ‘집밥’ 같아요. 손이 많이 가는 반찬 같아요. 자연스럽고 맛있거든요. 30년, 40년이 지나도 놓지 않을 거예요. 소중한 기타 팝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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