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즈막한 자연이 숨겨 놓은 낭만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4월 11일 03시 00분


코멘트

전북 부안

곰소염전은 우리나라에서 몇 안 되는 천일염 생산지다. 4월부터 10월 중에 방문한다면 소금을 채취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곰소염전은 우리나라에서 몇 안 되는 천일염 생산지다. 4월부터 10월 중에 방문한다면 소금을 채취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전북 부안은 한반도의 특징적인 요소를 한곳에 모아놓은 곳이다. 서해안을 향해 삐죽 나온 반도로 삼면이 바다에 접해 있고, 육지 대부분은 산악 지형이다. 부안 변산반도 국립공원 일대는 크게 내변산과 외변산으로 구분한다. 바다를 끼고 있는 변산면의 바다 쪽 일부가 외변산, 변산면 내륙을 포함해 상서면, 하서면, 진서면 등이 내변산에 속한다.

부안의 중앙을 통과하는 736번 지방도를 달리다보면 제각기 방향을 튼 산봉우리들이 첩첩이 산을 이루듯 서 있고 하늘과 산이 비치는 호수의 그림 같은 풍경을 볼 수 있다.
부안의 중앙을 통과하는 736번 지방도를 달리다보면 제각기 방향을 튼 산봉우리들이 첩첩이 산을 이루듯 서 있고 하늘과 산이 비치는 호수의 그림 같은 풍경을 볼 수 있다.
내변산은 수많은 봉우리가 있는 금강산을 떠올리게 한다. 외변산은 아담한 해수욕장과 오랜 시간이 빚어낸 해안 절경을 품고 있다. 자동차로 해안도로를 따라가며 바다 풍경을 감상하는 것도, 지방도 736호선을 따라 변산반도 내륙의 풍경을 감상하는 것도 모두 만족할 만한 선택이다. 중간에 자동차에서 내려 걸으면서 풍광을 즐기는 것도 좋다.

작은 금강산이라 불리는 내변산

직소폭포는 채석강과 함께 변산반도국립공원을 대표하는 절경이다.
직소폭포는 채석강과 함께 변산반도국립공원을 대표하는 절경이다.
지방도 736호선을 따라 직소폭포로 향하다 보면 강원도에 온 듯한 착각이 든다. 비록 가장 높은 봉우리인 의상봉이 해발 506m밖에 되지 않는다지만, 동서남북 여기저기로 얼굴을 내밀고 있는 산봉우리들이 저마다의 개성을 내뿜고 있다. 암봉과 암벽, 그리고 숲이 조화로이 어울리는 모습이 신비롭다. 내변산 안쪽에 동서로 길게 뻗은 부안호는 내변산의 신비로움에 더욱 깊이를 더한다. 직소폭포는 이런 내변산에 꽁꽁 숨겨놓은 보물 같은 곳이다. 아름다운 풍경 덕분에 내륙의 소금강으로도 불린다.

직소폭포로 가는 길은 여러 갈래가 있지만 가장 쉽고 볼 것이 많은 길은 내변산 탐방지원센터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크게 힘을 들이지 않고도 걸어 갈 수 있다. 길이는 약 2.3km. 계절마다 다양한 동식물을 만날 수 있다. 또 봉래구곡, 인장바위, 실상사 등 볼 것도 많다.

직소보는 1991년 부안댐이 건설되기 전에 부안군민의 비상식수원으로 사용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인공보이다. 직소폭포에서 떨어진 물이 직소보에 모인다.
직소보는 1991년 부안댐이 건설되기 전에 부안군민의 비상식수원으로 사용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인공보이다. 직소폭포에서 떨어진 물이 직소보에 모인다.
직소폭포로 가는 도중 커다란 저수지가 보인다. 1991년 부안댐이 건설되기 전 부안군민의 비상식수원으로 사용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직소보다. 직소폭포에서 떨어진 물이 직소보에 모인다. 계절에 따라 저마다 다른 풍광이 만들어진다. 비 내리는 날이나 아침나절에는 직소보 주위 산봉우리에 운무가 걸쳐 운치를 더한다. 봉우리와 나무들이 직소보에 비쳐 물그림자를 드리우고 윤슬이 이는 모습은 계속 봐도 질리지 않는다. 한쪽에는 물, 다른 한쪽에는 숲을 끼고 있는 길이 낭만적이다. 포르릉거리는 새가 있다면 더욱 정겹다.

직소폭포는 채석강과 함께 변산반도국립공원을 대표하는 절경이다. 폭포의 높이는 약 30m에 이른다.
직소폭포는 채석강과 함께 변산반도국립공원을 대표하는 절경이다. 폭포의 높이는 약 30m에 이른다.
숲과 저수지를 눈에 담고 걷다 보면 어느새 우렁찬 폭포 소리가 들린다. 직소폭포다. 꾸밈이 없이 30m 가까운 절벽에서 커다란 물줄기가 직각으로 쏟아진다.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쏟아지는 물줄기 밑에는 깊고 둥근 소가 있다. 물줄기는 제2, 제3의 폭포를 이루며 분옥담, 선녀탕으로 이어진다. 잔잔한 직소보 풍경과 역동적인 직소폭포의 아름다움이 묘하게 어울린다.

봄이면 내소사 대웅전 앞에는 산수유, 목련 등 봄꽃들이 흐드러지게 핀다.
봄이면 내소사 대웅전 앞에는 산수유, 목련 등 봄꽃들이 흐드러지게 핀다.
내변산은 두 개의 사찰을 품고 있다. 내소사와 개암사다. 내소사는 삼면이 산으로 둘러싸인 곳에 있다. 내소사는 일주문을 지나 천왕문까지 약 600m 길이의 전나무 숲길이 유명하다. 가늘고 곧게 뻗은 전나무들의 시원스러운 모습에 눈이 즐겁다. 코를 통과해 폐에 들어오는 상쾌한 전나무 향기는 저절로 미소를 짓게 만든다. 이런 길이라면 몇 km라도 걸을 수 있을 것만 같다.

내소사는 633년 창건된 천년고찰로 일주문에서 천왕문까지 이어지는 600m 전나무숲길이 유명하다. 내소사 대웅전 앞에는 산수유, 목련 등 봄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다.
내소사는 633년 창건된 천년고찰로 일주문에서 천왕문까지 이어지는 600m 전나무숲길이 유명하다. 내소사 대웅전 앞에는 산수유, 목련 등 봄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다.
전나무 숲길이 끝나는 지점에서 약 100m 길이로 단풍나무와 벚나무가 터널을 이루고 있다. 내소사 대웅보전은 보물 제291호로 지정되어 있다. 단청이 없이 치장하지 않은 다소곳한 모습이다. 연꽃과 국화 문양으로 치장된 대웅보전의 꽃문살은 아름다움을 더한다.

꽃 한 잎, 한 잎이 살아 움직이는 듯하다. 꽃문살 고유의 나무 빛깔은 빛에 따라 제각각의 색깔을 뽐낸다. 봄이면 대웅보전 주위에 자란 산수유와 목련이 내소사의 향기를 더욱 깊게 우려낸다.
634년 창건된 개암사의 대웅전은 보물 제292호로 지정된 문화재다.
634년 창건된 개암사의 대웅전은 보물 제292호로 지정된 문화재다.

개암사는 커다란 울금바위 아래 자리 잡은 사찰이다. 개암사로 향하는 약 2km의 벚꽃길이 유명하다. 개암사는 내소사와 비슷한 시기(633년)인 634년에 창건됐다. 한때는 내소사보다 사세가 더 컸지만 쇠락과 중창을 거듭해 지금은 내소사보다는 작은 절이 됐다. 사람들로 붐비는 내소사에 비해 한적한 사찰이어서 조용한 분위기를 원한다면 개암사가 제격이다. 개암사 대웅전 뒤로 병풍처럼 펼쳐진 울금바위까지 가는 길은 약 700m로, 올라가면 시원한 풍광을 볼 수 있다. 개암사 오른쪽에는 사찰에서 직접 가꾸고 있는 차밭이 있다.

세월이 빚은 절경 간직한 외변산

적벽강에서는 약 8700만 년 전 호수에 쌓인 퇴적물과 용암이 만나 생긴 주상절리 등을 볼 수 있다.
적벽강에서는 약 8700만 년 전 호수에 쌓인 퇴적물과 용암이 만나 생긴 주상절리 등을 볼 수 있다.
변산반도 해안도로를 따라가다 반도 끝 쪽에 다다르면 채석강과 적벽강을 만난다. 강(江)이란 이름이 붙었지만 강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채석강은 중국 당나라 이태백이 즐겨 찾은 채석강과 비슷하다고 해서, 적벽강은 중국 송나라 소동파가 글의 소재로 삼은 적벽강과 유사하다고 해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

채석강에는 약 8700만 년에 퇴적된 퇴적층이 수 만권의 책을 쌓아 올린 것처럼 바다에서부터 차곡차곡 쌓여 해안절벽을 이루고 있다.
채석강에는 약 8700만 년에 퇴적된 퇴적층이 수 만권의 책을 쌓아 올린 것처럼 바다에서부터 차곡차곡 쌓여 해안절벽을 이루고 있다.
채석강은 썰물 때 드러나는 변산반도 서쪽 끝 격포항과 그 오른쪽 닭이봉(해발 200m) 일대의 층암절벽과 바다를 포함한 이름이다. 기암괴석들과 수만 권의 책을 차곡차곡 포개 놓은 듯한 퇴적암층 단애가 있다. 채석강은 아무 때나 갈 수 없다. 밀물과 썰물 시간대를 잘 맞춰야 한다. 밀물 때는 그냥 절벽만 볼 수 있고 가까이 다가가기도 힘들다. 물이 빠지는 썰물 때 채석강 바위 아래로 내려가 퇴적암을 볼 수 있다. 또 채석강이 있는 격포항에서 격포해수욕장까지 2km 정도 바닷가도 거닐 수 있다.

채석강은 하루 중 절반이 물에 잠기는 탓에 퇴적암으로 이뤄진 바닥이 무척 미끄럽다. 절벽 부분은 물에 잠기는 부분과 아닌 부분으로 확연히 색깔로 구분이 된다. 채석강은 따로 길이 나 있진 않다. 절벽 부근에 접근을 막는 기둥과 줄만 있을 뿐이다. 격포항 쪽으로 걷다 보면 절벽에 해식동굴 몇 개가 있다. 수만 년 세월에 걸친 파도의 침식 작용으로 생긴 동굴들이다. 채석강에서 보는 낙조도 좋지만 동굴 안에서 보는 낙조도 색다르다. 해가 수평선 아래로 잠길 때 그리고 하늘이 붉게 물들 때 동굴 안에서 수평선을 바라보면 낭만적이다.

풍경과 규모는 채석강이 뛰어나지만 적벽강은 한적함 속에서 주위 풍광을 제대로 볼 수 있는 곳이다. 바위로 이뤄진 해변은 답답한 가슴을 탁 트이게 하는 매력이 있다. 서해안의 대표적인 풍경인 갯벌과는 달리 오랜 세월이 빚어낸 기암괴석과 지질에 해변을 덮고 있는 조약돌이 이색적이다. 적벽강 언덕 끝에는 당집이 있다. 사나운 서해 바다를 다스리는 개양할머니와 여덟 딸을 모신 수성대다. 매년 정월 어민들이 이곳에서 풍어와 안전을 기원하는 제를 올린다. 오래전부터 영험하기로 소문난 탓에 수성당 주변에는 선사시대 이래 바다에 제사를 지낸 유물이 계속 발견된다.

송나라 시인 소동파가 즐겨 찾았던 적벽강과 비슷하다고 해서 적벽강이라 불려왔다. 약 8700만 년 전 호수에 쌓인 퇴적물과 용암이 만나 생긴 주상절리 등을 만나볼 수 있다.
송나라 시인 소동파가 즐겨 찾았던 적벽강과 비슷하다고 해서 적벽강이라 불려왔다. 약 8700만 년 전 호수에 쌓인 퇴적물과 용암이 만나 생긴 주상절리 등을 만나볼 수 있다.
곰소항은 까나리액젓 등 젓갈이 유명하다. 곰소항 근처에만 가도 젓갈 냄새가 난다. 곰소항을 말할 때 곰소염전에서 생산되는 천일염을 빼놓기는 힘들다. 일제강점기 때 곰섬, 범섬, 까치섬을 연결해 곰소항이 들어서면서 천일염을 생산했다. 매년 2000t이 넘는 소금을 만든다.

곰소염전은 우리나라에서 몇 안되는 천일염 생산지다. 4월부터 10월 중에 방문한다면 소금을 채취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곰소염전은 우리나라에서 몇 안되는 천일염 생산지다. 4월부터 10월 중에 방문한다면 소금을 채취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바둑판 같은 염전 속 맑은 물에는 변산반도의 아름다운 산과 하늘이 거울처럼 비친다. 검은 판자로 지은 소금창고와 하얀 소금을 만들어내는 직원의 모습이 그림을 보는 듯하다. 주변 카페 등에서 염전에서 생산된 소금을 구매할 수 있다.
 
QR코드를 스캔하면 변산반도의 동영상을 볼 수 있습니다.
QR코드를 스캔하면 변산반도의 동영상을 볼 수 있습니다.
 
글·사진 부안=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전북 부안#내변산#외변산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