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번째 앨범 ‘방랑자’ 내달 8일 발매
슈베르트 가곡중심 리스트 등 수록
“전세계 혼자 다녀도 외롭지 않아… 추천곡? 좋아하는 곡 들으세요”
피아니스트 조성진(26·사진)이 ‘방랑자’의 모습으로 찾아온다. 서울과 유럽 곳곳, 미주를 오가며 활동해온 그는 다음 달 8일 발매되는 네 번째 앨범 타이틀곡으로 슈베르트 ‘방랑자 환상곡’을 선택하고 음반 제목도 ‘방랑자’로 지었다. 앨범에는 베르크와 리스트의 소나타 및 ‘방랑자 환상곡’의 원곡인 슈베르트 가곡 ‘방랑자’(바리톤 마티아스 괴르네 협연)도 수록했다.
독일 베를린에 있는 조성진은 e메일 인터뷰에서 “이번 앨범에는 ‘방랑자 환상곡’을 무조건 넣어야 하겠다고 생각하고 거기 맞춰 다른 곡들을 선곡했다”고 밝혔다.
이 곡과 베르크, 리스트의 소나타는 모두 악장마다 쉬지 않고 연주되어 하나의 악장처럼 들린다. 조성진은 리스트가 슈베르트 ‘방랑자 환상곡’을 듣고 오케스트라 곡으로 편곡할 정도로 매료되었다며 이번 앨범에 실린 리스트의 소나타도 ‘방랑자 환상곡’에서 영향 받은 작품이라고 귀띔했다.
“낭만주의 시대 예술가들에게 방랑은 매우 중요한 개념이었죠. 저도 세계를 다니지만 혼자 있는 게 힘들거나 외롭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연주를 다니면서 사람을 많이 만나면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해지는 편이에요.”
‘방랑자 환상곡’은 이 곡을 작곡한 슈베르트조차 “어려워 칠 수 없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곡은 테크닉이 어려운 걸 감추는 게 제일 어려워요. 듣는 사람에겐 연주자의 어려움을 느끼기 전에 곡의 아름다움이 먼저 들려야죠. 그러려면 연주자가 자신이 편할 정도로 연습해야 합니다.”
세계 공연계가 얼어붙은 가운데 온라인 콘서트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조성진도 지난달 28일 ‘세계 피아노의 날’에 괴르네와 함께 슈베르트 가곡을 연주했다. 그는 “집에서 피아노를 치는 걸 보여준 건 처음이었는데, 피아노를 조율한 지 오래돼 아쉬웠다”며 “요즘은 레스토랑에서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일상의 중요함을 많이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녹음이나 혼자서 연주하는 걸 좋아하는 연주자도 있지만 저는 관객이 있는 게 편합니다. 콘서트하듯 하는 게 가장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는 거 같아요.”
힘든 시기를 보내는 음악 팬에게 추천하고 싶은 곡을 묻자 그는 “그냥 가장 좋아하는 곡을 들으세요”라고 짧은 답을 주었다. 그의 미소가 보이는 것 같았다. 다음 앨범에는 쇼팽의 작품들을 담을 거라고 귀띔한 그는 7월에 서울 예술의전당과 울산, 천안 등에서 리사이틀을 열 계획이다. “그 공연들이 꼭 열리기 바랍니다. 어렵고 힘든 시기지만, 우리는 곧 극복할 수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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