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를 날다, 놀다]<4>동아연극상 유인촌신인상 김은우
“내 연기 어떤 궤도에 진입한 느낌, 꿈과 인생을 배울수 있어 행복”
“지구에 큰일이 터져 전기가 다 끊겼다고 생각해 보세요. 그래도 연극은 할 수 있거든요.”
배우 김은우(38)는 연극의 매력을 한마디로 이렇게 정의했다. 그는 7일 인터뷰에서 “어떤 일이 생겨도 텅 빈 무대, 배우 그리고 관객만 있다면 한마디 대사로 함께 상상에 빠질 수 있다. 그 무한한 가능성 때문에 연극을 했다”고 말했다.
김은우는 지난해 극단 골목길의 작품 ‘여름은 덥고 겨울은 길다’에서 동생 창식 역할로 제56회 동아연극상 유인촌신인연기상을 받았다. 창식은 트랙터 살 돈을 훔쳐 서울로 상경한 뒤 유명한 노름꾼이 된 인물. 방탕하게 살며 인생에서 모든 걸 놓아버린 사내의 모습을 실감 나게 연기했다는 평을 받았다.
엄밀히 말하면 그는 연극판에서 ‘신인’은 아니다. 2011년 ‘햄릿’으로 데뷔한 뒤 꾸준히 연극, 뮤지컬 무대에 섰다. 영화, 방송에도 단역으로 출연했다. 그는 “경력과 별개로 여전히 대중 앞에서는 신인이다. 그래서 신인상 타이틀보다는 동아연극상 수상자 타이틀이 더 어색하다”며 웃었다.
김은우는 수상 소식을 처음 접한 날을 떠올리며 “제 연기 인생이 알 수 없는 어떤 궤도에 진입한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한겨울 뻥 뚫린 하늘을 한참 바라보고 있는데도 추위가 느껴지지 않았다. 아내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는 순간에는 집 냉장고 문이 열린 것도 잊은 채 ‘삐삐’ 소리가 날 때까지 한참 부둥켜안고 있었다. 그는 “연극은 늘 외로운 싸움이라 생각했는데 가족과 동료들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니 색다른 행복감을 느꼈다”고 했다.
고등학생 시절 아르바이트를 하던 패스트푸드 식당 사장이 “연극 한번 해보라”고 권유해 우연히 극장에 발을 들였다. 학창 시절 온갖 담벼락을 뛰어넘고, 유도를 배우느라 쏟아내던 에너지를 무대로 끌어왔다. 강렬한 인상 때문에 연출가들로부터 “요새 무슨 일 있느냐” “정말 못되게 생겼다”는 말을 매번 들으면서도 굳건히 무대를 지켰다.
그의 ‘못된 에너지’는 2014년 초연한 연극 ‘만주전선’에서 빛을 발했다. “연극은 체력”이라는 신념을 갖고 만주 관동군 장교 아스카 역을 맡아 에너지를 힘껏 뿜어냈다. 그는 “다른 배우와의 호흡도 최고였고, 배우로서 존재감을 알렸던 인생 작품”이라고 했다.
김은우가 인생에서 가장 좋아하는 두 가지는 연기와 걷기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그가 출연한 뮤지컬 ‘영웅본색’은 계획보다 일찍 막을 내렸다. 산책도 쉽지 않다. 일상을 잃고 공연계가 심적으로 힘든 순간, 그는 살면서 처음 본 연극 ‘유랑극단’ 속 대사 한 구절을 떠올렸다.
“우리의 꿈과 인생을 배우고 싶어 배우가 되었다. 때로는 고생스럽고 외롭고 쓸쓸해도 그래도 나는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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