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8 高大의거 60돌… 주역들 당부
4·19혁명 도화선 된 사건
당시 고대신문 편집국장 박찬세씨… 선언문 낭독후 ‘건전한 지성인’ 당부
후학들 “선배의 고귀한 정신 계승”
18일 오전 서울 성북구 고려대 본관 앞에서 ‘4·18 고려대 학생 의거 60주년’ 기념식이 열렸다. 4·18 의거 선언문을 직접 작성했던 박찬세 씨(왼쪽)와 김민수 고려대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장이 번갈아 가며 당시 선언문을 낭독했다. 고려대 제공
“세상에 ‘눈을 감지 말라’고, ‘늘 깨어있어 달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18일 오전 서울 성북구 고려대 본관 4·18기념탑 앞. 기념탑을 지그시 바라보던 고려대 법학과 55학번인 박찬세 전 통일연수원장(85)은 “젊은이들이 세상에 무관심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다. 박 전 원장은 1960년 4월 18일 고려대 학생 의거 때 고대신문 편집국장이었다. 통일연수원은 현 통일부 통일교육원이다.
‘4·18 고려대 학생 의거 60주년’ 기념식이 고려대에서 개최됐다. 이날 행사에는 박 전 원장 등 당시 4·18의거에 참여했던 졸업생 20여 명이 함께했다. 정진택 고려대 총장과 구자열 고려대 교우회장, 박규직 4월혁명고대회장 등도 참석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발열 검사와 마스크 착용, 참석 인원 축소 등 사회적 거리 두기 수칙은 철저히 지켜졌다.
4·18의거는 1960년 고려대 학생 3000여 명이 3·15 부정선거를 규탄하며 시위를 벌이다가 정치폭력배에게 습격당해 20여 명이 다친 사건이다. 이는 다음 날 4·19혁명의 도화선이 됐다.
박 전 원장은 당시 4·18의거 선언문을 직접 작성했다. 의거 60주년을 맞아 그는 김민수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장(23·의학과)과 당시 선언문을 함께 낭독하는 시간도 가졌다. 김 위원장이 “청년 학도만이 진정한 민주 역사 창조의 역군이 될 수 있음을 명심하여 총궐기하자”라는 마지막 문장을 읽자, 참석자들은 뜨겁게 박수를 치며 감격스러워했다.
선언문 낭독을 마친 박 전 원장은 “당시 학생들은 사지(死地)로 가는 기분이 들었다. 학생처장은 제자들이 다칠까봐 문 앞을 막아섰지만, 학생들 누구도 선생님의 어깨 하나 건드리지 않고 지나갔다”고 회상했다.
김 씨는 “선배들의 고귀한 정신을 계승해 나가고 싶다. 현재 20대에게 용기를 주는 모태가 될 수 있다고 본다”고 화답했다. 이수연 씨(24·여·미디어학부)도 “4·18의거 정신을 계승하면서 젊은 창의력으로 사회와 공동체를 위해 일하겠다”고 했다.
박 전 원장은 후배들에게 ‘건전한 지성인’이 되길 당부했다. 박 전 원장은 “요즈음 청년들은 개인주의가 너무 만연한 것 같다”며 “젊은이는 단순한 지식인이 아니라 건전한 지성인이 돼야 한다. 실력을 갖추되, 이웃을 돕고 사회를 위해 공헌하길 바란다”고 했다.
고려대 박물관도 18일 ‘고대생 의거 60주년 기념 특별전―반항과 자유의 표상’ 개막식을 열고 7월 17일까지 개최한다. 다만 코로나19로 관람 가능한 일정은 추후 공지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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