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한 당파의 지지자만을 위한 자유는 그 수가 아무리 많더라도 자유가 아니라고 주장하며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들을 위한 자유’를 외쳤던 폴란드 출신 사회주의 이론가이자 혁명가인 로자 룩셈부르크(1871∼1919).
문학평론가 김인환 고려대 명예교수(74)가 최근 펴낸 산문집 ‘타인의 자유’(난다·사진)는 룩셈부르크가 말했던 이 문구에서 제목을 따왔다. 문학비평뿐 아니라 경제학 통계학 정신분석학 등 인문학과 사회과학을 섭렵한 학자로서 김 교수는 모두 다른 목소리를 내는 ‘화백(和白·다 말하게 한다)’의 정치와 ‘다성(多聲·polyphony)’의 문화가 우리 사회에 필요함을 이렇게 역설한다.
비평가로서 그는 먼저 맥락이 있는 독서의 중요함을 강조한다. 책의 의미는 그 뜻을 아래로 깊이 파고드는 데 있는 게 아니라 다른 책들과 맺는 무수한 관계 안에 있다. 맥락을 모르면 오독하거나 조작하게 된다. 하지만 맥락을 궁극적으로 파악했다는 오만 역시 위험하다. “독서의 맥락은 언제나 새롭게 구축하고 해체되는 선택과 대치의 과정”이기 때문이다.
니체와 동학(東學)의 사상을 비교하기도 한다. 자신의 모순을 인식하면서도 겸허하게 운명을 받아들이고 인내하는 태도는 동학의 시천주(侍天主)에서나 니체의 ‘영겁회귀의 수용’에서나 동일하다. ‘차라투스트라’에 나온 “허학(虛學)보다는 무식이 낫다”란 구절은 그의 좌우명이다.
은퇴 후의 소소한 일상 가운데 “메마름을 참고 견디는 것”은 그의 새로운 목표가 됐다. 불교의 ‘제나(自我·자아)’와 ‘얼나(靈我·영아)’부터 중세철학의 에카르트 사상까지 아우르며 존재의 어두움을 묵묵히 견디고자 한다. 그러면서도 한밤의 성찰을 ‘멍청 타좌’(참선도 명상도 아니라 잠시 멍청하게 앉아 있기)라고 명명하는 데선 인간미가 드러난다.
독서방법론부터 중세철학, 기본소득제, 팝의 역사에 이르기까지 철학과 종교, 대중문화를 넘나드는 11편의 글은 결국 제목처럼 세상을 이해하는 태도와 나를 성찰하는 문제로 수렴된다. 분야를 아우르는 해박한 사유와 통찰은 맹목적 신념을 경계하고 좌든 우든 서로를 존중하는 것이야말로 배움의 기본이자 그것이 삶에 귀착해야 할 목표점임을 되짚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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