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만나기도 외식하기도 조심스러운 요즘, 가슴이 시원해지는 식사를 할 수 있는 곳, 경기 용인시 광교산 자락 ‘산사랑’이다. 문을 연 지 20여 년 되는데 초기부터 지금까지 건강한 한정식으로 사랑받고 있다. 제대로 발효시킨 된장과 간장으로 맛을 내고 강원도에서 직접 재배한 나물을 쓴다. 다채로운 채소 초절임, 나물무침, 찌개와 국 등 30여 가지 반찬과 갓 지은 돌솥밥으로 정성스럽게 차리는 한 끼.
산자락에 앉은 듯한, 열린 공간의 앞마당에는 독들이 옹기종기 모인 장독대가 있는데 이 집 상차림의 철학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모든 반찬에는 발효의 내공이 깔려 있다. 특히 채소 초절임으로 토마토, 단감, 비트, 셀러리 등이 있는데 아삭아삭 상큼하며 짜지 않고 맛있다. 김치는 동치미와 오이소박이가 나오는데 고춧가루만 살살 뿌려 맑은 붉은색이 감돌고 막힌 속을 뻥 뚫을 정도로 알싸하고 시원하다. 묵은지는 두부에 곁들여져 고소함과 쿰쿰함의 콜라보를 이룬다. 나물은 향긋하고 부드럽게 데쳤다. 곤드레 건가지 취나물을 된장에 무치거나 통들깨만 살짝 가미해 입안이 개운하다. 하나하나 먹다 보면 동동주를 시키지 않을 수 없다. 이때 빛을 발하는 것은 시골 할머니 생각이 나는 촉촉한 감자조림과 메밀전이다.
생선과 육류도 빠지지 않는다. 생선은 고춧가루와 무를 넣고 자박하게 끓인 임연수어조림, 겉은 바삭하고 속살은 촉촉하게 구운 고등어가 주축이다. 거기에 풀치조림과 된장콩을 넣은 멸치조림이 감칠맛을 더한다. 육류는 돼지고기를 고추장에 재워 익히니 삼겹살과 제육볶음을 넘나드는 맛이다. 겨잣잎이나 삶은 양배추에 싸먹으면 입에서 살살 녹는다. 자그마한 뚝배기에 생콩가루와 우거지를 넣고 끓인 국은 계란찜처럼 부들부들 고소하다. 작은 전골냄비에는 청국장이 준비돼 있다. 테이블에 마련된 휴대용 가스레인지에 자글자글 끓여 밥에 비벼 먹는다. 쿰쿰한 것이 구수하고 콩알이 통통 씹혀 청국장의 진미를 보여준다.
별도 셀프코너에는 거대한 솥에 푹 끓인 미역국과 쌈 채소가 푸짐하다. 겨잣잎, 삶은 양배추, 상추 등은 양껏 가져다 먹으면 되고 쌈장 또한 집장을 베이스로 해 무척 맛있다. 처음에는 이 많은 반찬을 언제 다 먹을까 싶지만 하나 남김없이 쓱쓱 비우게 된다. 배가 부르면서도 몸과 마음은 가볍다. 식당 앞마당에는 동동주와 동치미를 준비해 자유롭게 먹을 수 있도록 했다. 산자락 편안한 산책로 곁으로 흐르는 물소리가 따라온다. 다 먹은 다음 산의 공기를 마시고 집으로 돌아오면 메마른 폐가 촉촉해지는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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