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 날릴 ‘쿨링 마스크’를 만든다면 [한젬마의 렛츠콜라보!]

내가 마스크를 처음 썼던 것은 미술대학 시절 지독한 페인트 스프레이와 판화작업에 쓰였던 화학 재료로부터의 후각 보호하기 위해 사용했던 방독면 마스크였던 것 같다. 감기에 걸려도 마스크를 쓰지는 않았다. 목도리로 둘둘 말아 입을 막기는 했지만, 패션에 민감한 나는 웬만해서는 흰 덩어리로 얼굴의 반이나 가리는 방한용 마스크는 용납하지 못했다.

그다음 내 인생의 마스크는 페이스 보습 마스크였다. 한때 워낙 피부 좋은 연예인이 보습 페이스 마스크를 홈쇼핑에서 하면서 히트했고, 너도나도 마스크를 하면 피부 좋은 연예인처럼 되려나 기대하며 바람몰이에 빠져들었던 때가 있었다. 그 연예인은 그 마스크 사업으로 대박을 쳤다는 소문이 돌았고, 아니나 다를까 너도나도 페이스 보습 마스크가 온갖 홈쇼핑 채널에서 쏟아졌다. 이후 페이스 보습 마스크는 전세계 한류 시장에서 히트했다.

이후 미세먼지가 심각해지면서 사람들의 일상에 호흡기보호 마스크가 파고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올해 코로나 19사태로 마스크는 절실하고 간곡한 일상 필수품이 되었다. 다행히 나는 이 사태에 흰 마스크 혹은 검은 마스크가 아니라 패션 마스크로 시작할 수 있었다.

아트콜라보프로젝트에 늘 동행하던 디자이너가 심각한 미세먼지 사태로 2년 전 패션 마스크를 구상하고 출시했었지만, 미세먼지가 잠잠해지고 패션 마스크에 관한 관심이 저조해 재고가 쌓이고 사업적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던 차에 ‘신종코로나 사태’(코로나19)로 쌓여있던 패션 마스크가 세상에 나와 사랑받았고, 오히려 재고 부족으로 판매와 동시에 품절사태에 이르렀다.

나는 코로나 19사태로 다급해진 상황에 사전에 구비해두었던 이 패션 마스크로 블랙, 화이트 일색의 풍경서 색다른 뷰티를 선보일 수 있었다. 그날그날의 옷에 맞추어서 폼생폼사. 나는 마스크로 입막음이 아니라 입 표현을 하고 있다.

패션은 매우 일정한 변화의 과정을 겪게 된다. 시작은 단순한 절실한 기능으로 비롯된다. 추위나 더위, 상처와 부상에 대한 신체 보호용과 같은 것이다. 하지만 그 기능성이 해결되면 그 다음은 디자인을 고민하게 된다.

색은 보통 단색조, 흰색이나 검은색이다. 이러한 수순은 단지 패션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전자제품을 떠올려보라, 냉장고, 에어컨, TV, 핸드폰도 그 시작은 블랙이나 화이트였다. 그러나 이후에 다양한 색, 문양, 그림, 때로는 명화로 발전한다. 핸드폰도 다양한 패턴, 캐릭터, 보석, 입체적인 조각이 된 케이스로 다양한 스타일을 구현 중이다.

페이스 마스크도 마찬가지 변화를 거쳤다. 기능성으로 시작되었고 흰색이었지만, 패턴이나 컬러의 변화가 있었고, 시류에 따른 디즈니영화 속 캐릭터를 비롯한 다양한 캐릭터로 스토리와 재미도 더했다, 최근에는 LED 마스크가 등장했다. 그 또한 기능 중심에 흰색 톤이 대부분이지만, 앞으로 다양한 컬러와 패턴이 더해지고, 입체적인 조형물 같은 멋진 마스크로 진화할 것이다.

두고 보고 적용할 것이냐, 내가 먼저 시도해서 선두에 설 것이냐? 기업의 리더십에 달렸다. 현재 코로나 19로 일상화된 마스크는 의료용 소품에서 벗어나 패션의 자리를 찾기 시작했다. 차분하고 세련된 패턴을 넘어 꽤 과감한 패션스타일도 등장했다. SNS에서 ‘패션마스크’를 검색해보라, 그 수준이 상상초월이다. 마스크가 예술 캔버스가 되었고, 발언과 위트의 창이 되었다. 연인 커플 마스크, 핸드백과 마스크 세트, 애견마스크, 명품마스크, 유니크한 예술품을 방불케하는 아트 마스크까지…. 마스크의 창조와 도전은 이제 시작인 듯하다.

패션의 극에서는 더 나은 기능이 요구되기 마련이다. 마스크가 당장 직면할 불편함은 곧 닥치게 될 ‘더위’다. 사람들이 적어도 올 한해는, 아니 어쩌면 이제는 평생 마스크와 동행해야 할지도 모른다. 답답함은 익숙함으로 극복해가고 있지만, 아마도 더위 앞에서 마스크사용은 지속적 사용을 어렵게 만들 것이다. 위기를 기회로 만들 획기적 진보가 필요하다.

쿨링(cooling)마스크! 오히려 마스크를 해서 더 시원함을 누릴 수는 없을까?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것이다. 패션 개발도, 기능의 보강도 빠른 실행을 위해서는 콜라보가 답이다.

업체가 단독으로 독식하는 구조가 아니라 각 분야에서 전문가들이 손잡고 협업하는 것이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이다. 마스크 업체가 혼자 다 하려 하다가는, 그 개발시간에 대응이 늦게 될 것이고, 어설픈 코스프레로 창의성 없는 카피와 몰개성의 제품만 내놓을 것이다. 반면 마스크 업체와 디자이너, 예술가, 과학자, 기술자와 같은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협업을 한다면 더 빠르게 고퀄리티의 결과물을 창출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러한 좋은 결과를 함께 나누는 것이 상생의 길이다.

문제해결에서 디자인이 시작되고, 상상에서 발명과 특허가 탄생한다, 벌어질 문제를 예측하고 미리 준비하자, 쿨링마스크! 지금 우리가 당장 고민하고 해결해야 할 과제다.

한젬마 크리에이티브 디렉터·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