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를 날다, 놀다]<5>서울시극단 예술감독 김광보 연출가
연극 ‘와이프’ 동아연극상 작품상
“후배가 상 받으니 더 신납니다”
“직접 연출한 작품이 상을 받았을 때보다 솔직히 더 신납니다.”
김광보 연출가(56)에게는 올해 제56회 동아연극상이 각별하다. 그가 5년째 극단장 겸 예술감독을 맡고 있는 서울시극단이 ‘와이프’로 작품상을 수상한 것. 극단 ‘청우’ 대표 시절 연출한 2012년 ‘그게 아닌데’와 2014년 명동예술극장의 ‘줄리어스 시저’로 동아연극상 작품상, 연출상 등을 거머쥔 그는 이번 ‘와이프’ 연출을 맡지는 않았다. 그가 도입한 ‘창작플랫폼-연출가전(展)’을 통해 선발된 후배 연출가에게 기회를 줬고, 빛을 발했다.
13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만난 김 연출가는 “극단장 취임 후 시작한 창작플랫폼이 결실을 거뒀다”며 “연출가로서 받은 과분한 혜택과 사랑을 조금이나마 신진들에게 돌려준 것 같아 기쁘다”고 했다.
‘와이프’를 연출한 신유청 연출가와는 잠시나마 사제지간이었다.
“2008년 중앙대에 출강할 때 신유청 ‘학생’이 제 수업을 들었어요. 연극 ‘에쿠우스’를 주제로 한 조별 경연에서 그가 연출한 조가 7개 팀 중 1등을 했죠. 이번 수상에 스승으로서도 행복합니다.”
1994년 데뷔한 김 연출가는 이성열 박근형 최용훈 손정우 등 내로라하는 연극 연출가들과 ‘혜화동 1번지’ 2기 동인이다. 2015년 5월 존재감이 미미하고 “갈 데까지 간 상태”였던 서울시극단을 맡아 5년간 부지런히 심폐소생술을 했다. 유일한 ‘구조법’은 “많은 작품으로 극단의 존재 이유를 증명하는 것뿐”이었다.
매년 창작극을 두 편씩 개발하고, 꾸준히 작품을 무대에 올렸다. 세종문화회관 산하 예술단체 합동공연 ‘극장 앞 독립군’과 오페라 ‘베르테르’ 등을 연출해 호평 받았다. 서울시극단을 바라보는 관객과 평단의 시선도 변했다. 그는 “제안이 들어오는 건 다 맡았던 덕분”이라며 웃었다.
연극인생 통틀어 신작 77편을 연출했고 재연, 삼연 등 총 106개 공연을 올렸다. “전력투구했기에 후회는 없다”는 그에게 아쉬운 건 딱 한 가지.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임기 중 마지막 연출작이 될 뻔한 ‘악어시’ 공연이 불발됐다. 그는 “시작한 일을 매듭짓지 못하고 가니 섭섭한 마음”이라고 했다.
6월이면 임기를 마치고 떠나는 그는 “예술에서는 (가치를 볼 줄 아는) ‘편견’이 가장 중요한 덕목이다. 확고한 편견을 가진 사람이 서울시극단을 이끌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어떤 질문에도 막힘없이 답변하던 그도 연극인으로서 목표와 소망을 묻자 몇 초간 망설이다 입을 열었다. “그저 김광보라는 친구가 ‘한국 연극에 일조한 사람’으로 기억됐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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