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종류나 특정 단어같이 주제와 내용을 작고 사소한 것으로 좁히되 내용은 더 깊게 파고드는 ‘정밀 취향’ 에세이 시리즈가 늘고 있다. 무라카미 하루키, 메모, 요가, 순정만화 등 특정 분야 ‘덕후’(한 분야에 열중하는 사람을 뜻하는 일본어 오타쿠에서 온 말)들의 에세이집 ‘아무튼 시리즈’가 28권까지 나오며 큰 인기를 끌자 분야를 더 좁혀 차별화한 기획이 잇달아 나오고 있는 것.
‘세미콜론 ‘띵’ 시리즈’는 살면서 마주한 음식 이야기만 모은 에세이집 시리즈다. 첫 책은 조식(朝食)을 주제로 했다. 여행지 호텔에서 먹는 조식, 소풍날 할머니가 싸준 김밥, 취재지에서 먹은 국밥 등 일상의 다양한 곳에서 등장했던 아침밥을 회상하며 감상을 풀어낸다. 해장을 주제로 한 두 번째 책은 제목도 ‘나라 잃은 백성처럼 마신 다음 날에는’이다. 만화계에서 애주가로 이름난 작가 ‘미깡’이 설렁탕, 고사리육개장, 커피, 햄버거 등 술 마신 다음 날 숙취 해소를 위해 먹게 되는 음식에 관해 썼다.
이 작품들은 반응도 좋아서 출간되자마자 2쇄를 찍었다. 야채, 평양냉면, 짜장면, 직장인 점심 등 음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트렌드를 충실히 반영한 근간도 준비하고 있다.
출판사 시간의흐름은 ‘말들의 흐름’이라는 에세이 시리즈를 내놨다. ‘끝말잇기’를 테마로 특정 단어와 저자의 특별한 일화들을 소개한다. 첫 번째 책은 소설가 정은이 ‘커피와 담배’로 썼다. 작가이자 바리스타인 저자가 커피와 얽힌 일화들을 풀어놓는다. 서평가인 금정연 씨가 ‘담배와 영화’로 바통을 이어받고, 뒤이어 소설가 정지돈 씨는 ‘영화와 시’를 주제로 글을 풀어낸다.
출판계에서는 이런 시리즈가 연이어 등장하는 것에 대해 에세이 시장의 부흥과 함께 관심사를 좁혀 타깃 독자층을 명확히 한 작품이 각광받는 새로운 트렌드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김지향 세미콜론 차장은 “취향이란 것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시대”라며 “개인의 취향, 타인의 취향에 대한 높은 관심이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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