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문학의 발전은 술과 함께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4월 25일 03시 00분


◇알코올과 작가들/그렉 클라크,몬티보챔프 지음·이재욱 옮김/192쪽·1만5000원·을유문화사

“문명은 증류와 함께 시작한다.”

미국 남부 출신으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윌리엄 포크너의 위스키 예찬이다. 1932년 출간한 그의 작품 ‘8월의 빛’은 위스키를 마시는 행위를 이렇게 묘사한다. “위스키가 당밀처럼 차갑게 그의 목구멍을 흘러 내려갔다. … 그의 생각은 느릿하고 뜨겁게 감기며 움찔하는 내장과 하나가 되었다.” 비슷한 시기 활동했던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포크너에 대해 “책을 보면 그 친구가 언제 처음 술을 마셨는지 바로 알 수 있죠”라고 했다.

이 책의 미덕은 깊이보다는 다양한 정보다. 술의 역사와 제조법, 술과 관련한 작가들의 사연과 귀에 쏙 들어오는 어록이 망라됐다. 미국 매체에서 일러스트레이터와 그래픽 디자이너로 활동 중인 저자들은 작가들의 얼굴과 책 표지, 술 라벨 등의 삽화를 실어 보는 재미를 더했다.

와인 맥주 위스키 진 보드카 압생트 메스칼·데킬라 럼 등 술의 종류에 따라 8장으로 구성됐다. 각 장마다 등장하는 술에 대한 작가들의 헌사가 흥미롭다. 셰익스피어의 음주 습관은 거의 알려지지 않았지만 그의 작품에서는 와인에 대한 감탄사가 빠지지 않았다. ‘좋은 일행, 좋은 와인, 좋은 환대가 좋은 사람을 만들지’(‘헨리 8세’ 1막 4장), ‘분한 신음으로 내 심장을 차게 하기보다 와인으로 내 간을 따뜻하게 하겠어’(‘베니스의 상인’ 1막 1장 중)….

이 책의 ‘최다 출연자’는 누구일까? 거의 모든 종류의 술을 사랑해 ‘잡주가(雜酒家)’로 묘사된 헤밍웨이다. 그는 스페인 투우에 바치는 찬가인 ‘오후의 죽음’에서 “와인은 세상에서 가장 세련된 물건 중 하나고, 세상에서 가장 완벽하게 나타난 가장 자연스러운 물건 중 하나다”라고 했다. 그는 역시 술을 즐겼던 ‘위대한 개츠비’의 스콧 피츠제럴드에 대해 “그 친구를 술고래라고 하기는 힘들다. 술을 조금만 마셔도 엄청 취했기 때문”이라고 평했다.

저자들의 마지막 말이 아이러니하다. “여러분이 술과 문학의 풍성함을 즐기길 바란다. 그리고 늘 그렇듯, 책임감 있는 음주(와 독서)를 하길 바란다.”

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알코올과 작가들#그렉 클라크#몬티보챔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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