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떠나온 상태에서 떠나오기/데이비드 포스터 윌리스 지음·이다희 옮김/288쪽·1만5000원·바다출판사
2008년 46세에 타계한 미국 소설가이자 에세이스트인 저자의 세밀한 관찰력과 기민한 감각, 냉소주의적 유머가 돋보이는 산문을 엮었다.
잡지사로부터 미국 중부에 있는 일리노이 축제 현장을 취재해 달라는 의뢰를 받고 쓴 르포부터 존 업다이크 소설 비평, 영화감독 데이비드 린치의 ‘로스트 하이웨이’ 촬영현장 탐방기에 이르기까지 주제가 다채롭다.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냈지만 세상을 한 번 틀어서 관찰하고, 거침없이 냉소적인 문장으로 웃음을 유발시키는 장기는 동일하게 적용된다. 업다이크의 소설 ‘시간의 종말을 향하여’를 가혹하게 비평한 ‘무엇이 종말인지 좀 더 생각해봐야겠지만 종말인 것만은 분명한’에서 저자는 전후 미국 소설을 지배했던 남성 나르시시스트의 세계에 종언을 고한다. 대작가 업다이크의 최근작을 관통하는 진부한 세계관과 자기복제, 게으른 혁신을 적나라하게 지적하며 그는 이렇게 말한다.
“벤 턴불(주인공)이 불행하다는 사실은 소설의 첫 페이지부터 명백하다. 그러나 그가 불행한 이유는 그가 개자식이기 때문이라는 사실, 그는 이것을 상상조차 하지 못한다.”
수학에 대한 대중의 호기심과 열망을 자극하며 인기 가도를 달리는 소위 ‘수학 멜로드라마’가 얼마나 형편없는 전형성과 수학적 무지를 드러내는지를 지적한 ‘수사학과 수학 멜로드라마’ 역시 흥미롭다. 미국의 대중문화에 대한 이해가 있는 독자라면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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