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트럼프의 당선은 불평등 덕분이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4월 25일 03시 00분


◇존중받지 못하는 자들을 위한 정치학/프랜시스 후쿠야마 지음·이수경 옮김/308쪽·1만6000원·한국경제신문

1992년 저서 ‘역사의 종말’로 현대 정치철학의 한 획을 그은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되지 않았다면 나는 이 책을 쓰지 않았을 것이다”라는 문장으로 이 책을 시작한다.

저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드러내는 ‘포퓰리스트 민족주의’가 세계적으로 득세하는 것은 인간의 존엄성이 인정받지 못한 데 따른 자유민주주의의 부작용으로 진단한다. 시장경제의 세계화는 부의 불평등을 불렀고 그 결과, 존재를 인정받지 못하는 집단이 늘어났다. 영혼의 ‘투모스(기개, 자부심)’가 사라진 인간은 인종, 종교 같이 자신을 지켜줄 것이라 믿는 정체성에 몰입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같은 소외감을 정치적으로 잘 이용한 리더에 불과하다고 저자는 분석한다. 그러나 저자는 “정체성은 고정된 것도, 꼭 출생과 동시에 주어지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정체성은 통합으로 갈 수 있는 도구도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
#존중받지 못하는 자들을 위한 정치학#프랜시스 후쿠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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