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비(지금의 충남 부여)가 백제의 수도였던 시절 또 다른 궁궐이었던 것으로 알려진 ‘부여 화지산 유적’(사적 제425호)에 대한 발굴조사가 다음달부터 이뤄진다.
문화재청은 부여군, 백제고도문화재단과 함께 ‘백제왕도 핵심유적 보존·관리사업’의 일환으로 부여 화지산 유적의 서쪽 단독 구릉 일원에 대한 발굴조사를 다음달부터 본격적으로 추진한다고 28일 밝혔다.
발굴현장은 충남 부여군 부여읍 동남리 125-1번지 일대로 화지산 유적 서쪽 해발 20m 안팎의 단독 구릉이다. 인근 궁남지와 군수리사지 및 부여 시내를 조망할 수 있는 위치다.
백제 사비기 이궁(離宮·왕이 정사를 보는 정궁(正宮) 이외의 곳에 따로 세운 궁궐)지로 알려진 부여 화지산 유적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관북리유적, 부소산성 등과 함께 백제 사비기 왕궁과 관련한 중요 유적이다.
예부터 사비 백제의 이궁지(離宮址)로 전해지면서 백제시대의 중요 시설이 존재할 가능성이 제기돼왔다.
화지산 유적에 대해서는 백제고도문화재단,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 등이 1986년부터 지난해까지 발굴조사를 진행해 산 정상부와 경사면 일대에서 건물지군을 확인하기도 했다. 특히 서쪽 비탈면에 대한 2018년과 지난해 조사에서 초석건물지 6동과 적심(積心)시설(건물의 기둥을 받치기 위해 초석 아래쪽을 되파기한 후 자갈 등을 채워 넣은 시설), 기단(基壇)시설, 계단식 대지조성층 등이 확인됐다.
또 연꽃무늬(蓮華紋) 수막새(목조건축의 추녀나 담장 끝에 기와를 마무리하기 위해 사용된 둥근 형태로 만든 와당), 도장이 찍히거나 글씨가 새겨진 기와, 완, 뚜껑, 대부완(물건을 담아 저장하는데 쓰는 질그릇으로 아래위는 좁고 배가 불룩 나온 형태), 녹유(綠釉)기와 등이 출토돼 백제 사비기의 이궁에 대한 일면이 파악됐다.
이번 발굴조사가 마무리되면 화지산 유적의 분포 범위와 유적의 성격 등을 밝히고 유적 정비를 위한 기초 자료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문화재청은 기대하고 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앞으로도 부여군과 함께 화지산 유적을 비롯한 부여지역 핵심유적에 대한 단계적인 조사를 진행해 백제 사비도성의 실체를 복원할 수 있는 학술자료를 확보하고 나아가 백제 왕도로서의 면모를 회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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