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창인 박사의 오늘 뭐 먹지?]삼겹살 올린 쌈에 우렁 강된장 더하니 이것이 ‘완성체 쌈’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4월 29일 03시 00분


‘삼계도령우렁낭자’의 우렁된장. 석창인 씨 제공
‘삼계도령우렁낭자’의 우렁된장. 석창인 씨 제공
석창원 석치과 원장·일명 밥집헌터
석창원 석치과 원장·일명 밥집헌터
코흘리개 초등학교 교실이라 하더라도 그곳은 우리 사회의 축소판입니다. 제가 어렸을 때는 성적, 운동 능력 혹은 부모 재력이나 영향력 등에 따라 묘한 서열이 매겨지고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학년이 올라가 학급이 바뀔 때까지 평형 상태가 유지됩니다. 마치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의 엄석대를 중심으로 외견상 평화롭게 보이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런 잔잔한 호수에 파문이 생기는 경우가 간혹 있는데 바로 전학생이 들어올 때죠. 반 분위기는 전학생의 ‘수준’을 파악할 때까지 팽팽한 긴장감이 돌지만, 대개 한두 번의 시험이 끝나면 자연스레 다시 안정을 찾아가기 마련입니다.

5학년 때 경기 수원 인근 시골에서 아들 귀한 집 친구 하나가 유학을 왔습니다. 큰 무리 없이 ‘안전 착륙’했기에 생각보다 빨리 우리와 친하게 되었고 저는 주말이나 방학이 되면 그 친구 집에 놀러가기 바빴습니다. 남들이 어려워하는 곤충 채집 숙제는 그 친구가 알아서 곤충을 다 잡아주니 고맙기 이를 데가 없었죠.

밤 따기, 쇠똥구리 잡아 키우기, 민물참게 잡기 그리고 논바닥 작은 구멍에 손가락만 넣으면 걸리는 우렁이 잡기 등은 특별한 기억입니다. 어둑해져서 집으로 향하는 제 손엔 언제나 우렁이와 참게가 한가득 든 주전자가 들려 있었습니다. 흙 범벅이 된 옷을 보고 어머니는 내내 타박을 하셨지만 저녁 밥상에는 우렁이가 듬뿍 들어간 된장찌개가 올라왔지요.

농업 방식의 변화와 함께 지천으로 널렸던 우렁이는 시나브로 사라졌다가 요즘은 우렁이 양식농장 등이 생겨 식탁에 제법 올라오게 되었습니다.

우렁이는 개구리 소리만큼 크지는 않지만 논에서 달각거리는 규칙적인 소리를 낸다고 합니다. 우렁이를 어항에 넣어서 관찰하고는 ‘귀 기울이면 통 속에서 들리는 우렁이 소리’라고 표현한 일본의 하이쿠(俳句)도 있다지요? 이 정도 소리라면 수면제 대용으로 키워볼 만하겠다는 생각인데 사람에 따라 반대인 경우도 있을 것 같군요.

역대 일본 최고의 미식가로 알려진 기타오지 로산진(北大路魯山人·1883∼1959)은 어렸을 적 사경을 헤매다 우렁이를 먹고 거뜬히 나았다고도 했으니 건강식 혹은 회복식으로 손색이 없습니다. 이런 우렁이에 우리나라 특유의 쌈 문화가 더해지면 금상첨화가 아닐 수 없지요.

사실 쌈밥의 핵심은 누가 뭐라 해도 쌈장입니다. 집집마다 쌈장 만드는 여러 노하우가 있겠지만 저는 자작한 강된장에 우렁이 넣은 것을 ‘최애’합니다. 대개 쌈에 삼겹살, 불고기, 제육볶음 등을 올리고 쌈장을 더하지만 우렁이 하나만으로도 ‘완성체 쌈’이 됩니다.

그 귀둥이 친구는 아직 고향집을 지키며 살고 있을지 아니면 도회에 살고 있을지 무척 궁금하군요. 이참에 한번 찾아봐야겠습니다. 둘이 만나게 되면 제일 먼저 찾아갈 곳은 당연히 우렁이쌈밥집이겠지요.

석창원 석치과 원장·일명 밥집헌터 s2118704@naver.com

○ 삼계도령우렁낭자=경기 수원시 팔달구 동말로 109-1. 우렁쌈장 9000원, 우렁된장 7000원
#삼계도령우렁낭자#우렁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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