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인 티보 신간 ‘달콤한 풍경’
올해 100세 맞은 美화가
샌프란시스코 풍광과 디저트 그림 89점 모아 책으로 펴내
웨인 티보는 “마흔 살에 처음 디저트 그림을 시작했을 때는 ‘이런 걸 왜 그리느냐’는 핀잔을 들었지만 백 살을 맞은 지금도 나는 현역”이라고 말했다. HB프레스 제공
“포크는 몇 개 드릴까요?”
빵집에서 조각케이크 두 조각 포장을 주문한 뒤 늘 받는 질문. “한 개만 주세요”라고 답하기 전에 잠깐씩 괜히 머뭇거리게 된다. 나란히 놓인 머핀, 조각케이크, 아이스크림 그림을 대도시의 풍광과 병치시킨 신간 ‘웨인 티보: 달콤한 풍경’(HB프레스)은 디저트가 의외로 고독한 음식임을 고요하게 알려주는 책이다.
올해 100세를 맞은 미국 화가인 웨인 티보는 40대부터 샌프란시스코의 도시 풍경과 디저트 그림에 천착했다. 10대 때 식당 아르바이트를 하며 숱하게 접한 사물을 작품의 대상으로 삼은 것. 지난해 ‘Delicious Metropolis(맛있는 대도시·사진)’라는 원제로 출간한 이 책은 그의 디저트 그림 46점과 도시 풍경화 43점을 담았다. 지난해 뉴욕 소더비 경매에서 846만 달러(약 103억 원)에 낙찰된 ‘진열장 안의 케이크’(2011년)는 책에서 빠졌다.
웨인 티보의 유채화 ‘크라운타르트’(2005년·왼쪽)와 ‘24번가 교차로’(1977년). HB프레스 제공“나는 상점 쇼윈도, 디저트가게 판매대, 슈퍼마켓 진열장을 대상으로 정물화를 그린다. 그림의 소재로 취급받지 못한 것들이다. 어떤 시대는 ‘그 시대만의 정물’을 만들어낸다. 나는 그에 대한 화가들의 지나친 의식이 합당하지 않다고 본다. 실제보다 교양 있게 보이려 하는 행동은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들여다보지 못하게 만든다.”
짝수 페이지에는 도시의 이미지를, 홀수 페이지에는 디저트의 이미지를 병렬해 편집했다. 고층 건물 꼭대기 카페 창가에 포크 하나만 놓인 조각케이크 접시와 마주 앉아서 창문 아래쪽 커다란 도로의 가파른 오르막 내리막을 바라보는 느낌이 든다.
“일렬로 놓인 케이크를 그리는 것은 고독한 공존을 그리는 작업이다. 각각의 파이는 바짝 고조된 저마다의 고독을 품고 있다. 한데 모여 줄 서 있지만 그래서 제각각 독특하고 특별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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